“한국의 인공지능(AI) 교육과 활용도는 ‘문맹국’ 수준이다. 더 방치하면 디지털 대전환 경쟁에 뒤처져 주변국으로 전락할 것이다.”
25일 한국경제신문 AI경제연구소가 주최한 국가 디지털 전략 관련 웨비나에서 나온 신랄한 진단이다. 디지털 강국이라고 자부하는 한국이지만 국민의 AI 경쟁력은 기대 이하란 지적이다. 김진형 KAIST 명예교수 겸 인천재능대 총장은 “일부 대기업의 모범 사례를 국가 경쟁력으로 착각하면 안 된다”며 “중견기업으로만 내려가도 전문적인 역량을 보유한 인재는 씨가 말랐다”고 말했다.
한국경제신문이 여론조사업체 입소스에 의뢰해 국민 750명을 대상으로 한 ‘AI와 소프트웨어 교육’ 설문조사도 이와 맥을 같이한다. 직장인 중 AI를 적극적으로 업무에 활용한다는 비율은 10%에 불과했다. 10명 중 7명꼴인 69.7%는 AI 개념 정도만 알고 있다고 답했다. 회사에 자체 교육 프로그램이 있다는 비율은 33%에 그쳤다.
AI 공교육 역시 위태로운 수준이다. “자녀들의 미래를 위해 국어·영어·수학보다 AI 교육이 더 중요하다”는 학부모의 응답이 절반을 넘었지만(53.2%), 소프트웨어 교육 시간이 충분하다는 비율은 27%에 불과했다.
전문가들은 김대중 정부가 1998년 ‘정보통신(IT) 강국’을 내세운 지 24년이 지났지만, 코앞에 다가온 AI 시대에 대비하는 수준은 낙제점이라고 입을 모은다. 윤석열 대통령이 ‘디지털 인재 100만 명 양성’을 공약으로 내걸고 대대적인 투자에 나서기로 한 것도 그동안 디지털 강국이라는 자기도취에 빠져 미래 대비에 실패했다는 진단에 따른 것이다.
서정연 LG AI연구원 인재육성위원장은 “지금 제일 필요한 것은 디지털 대전환 시대를 준비할 수 있는 교육”이라며 “AI 교과를 독립 과목으로 지정하고 초등학교 때부터 매주 최소 한 시간 이상 가르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형석/황정수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