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과 정부는 25일 고위당정협의회를 열어 더불어민주당이 추진 중인 양곡관리법과 노란봉투법을 포퓰리즘 법안으로 규정하고 입법을 총력 저지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당정이 대대적인 ‘대야 투쟁’을 예고하면서 쟁점 법안을 둘러싼 여야 간 대치는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열린 제4차 고위당정협의회에서 “야당은 다수 의석을 앞세워 다분히 포퓰리즘적이고 선동적인 양곡관리법 개정을 밀어붙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민주당이 내세운 ‘중점 추진 7대 법안’ 중 하나다. 과잉 생산된 쌀의 시장격리를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정부도 야당을 향해 공세에 나섰다.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은 이날 모두발언에서 “최근 경제가 본격적인 침체 기미를 보이는 것 같다”며 “직접적 영향을 준 것은 미국의 급격한 금리 인상이겠지만 그동안 (전임) 정부가 재정과 금융을 방만하게 운영한 부작용도 적지 않다”고 ‘문재인 정부 책임론’을 꺼내들었다.
그러면서 “지난 정부에서처럼 돈을 마구 뿌린다든지 그런 포퓰리즘 정책이나 노조 편향적인 정책을 재연한다면 우리 경제는 물론 청년들의 미래도 암울해질 것으로 보인다”며 “양곡관리법이나 노조 관련 법 등 앞으로 국정 운영에서 이런 점을 충분히 논의해야 하지 않겠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추진 중인 노란봉투법을 포퓰리즘 정책이라고 비판한 것이다.
국민의힘도 고위당정협의회를 마친 뒤 “(노란봉투법은) 기업 경영활동 위축과 불법 파업 및 갈등 조장 등에 대한 국민적 우려가 큰 만큼 신중하게 처리해야 한다”고 입법 저지 의사를 밝혔다. 여야 쟁점 법안인 노란봉투법은 노조의 불법 파업으로 발생한 손실에 대해 사측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고위당정협의회에선 민생 정책과 입법 과제도 두루 논의됐다. 정 위원장은 “당정이 선제적으로 나서서 쌀값 안정을 위한 정책 의지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책임 있는 정부·여당 역할을 강조했다. 당정은 우선 올해 수확기에 역대 최대 물량인 45만t 규모의 쌀 시장격리를 시행해 쌀값을 안정시키기로 했다. ‘스토킹 범죄 처벌 강화’와 ‘보이스피싱 근절’ 법안도 이번 정기국회에서 신속 처리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미국 금리 인상에 따른 취약계층의 이자 부담 완화도 추진하기로 했다.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에서 “당정은 급격한 환율 상승, 가파른 금리 인상 등으로 취약계층이 겪을 어려움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금융 취약계층의 부담을 완화하는 더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