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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기사 '박봉' 만든 월급제…기사들 "사납금제 부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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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안성시에서 13년째 법인택시 기사로 일하는 김시진 씨(52)는 매주 화~목요일 오전엔 자택 근처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한다. 이 시간대엔 택시 손님을 찾는 것보다 아르바이트하는 게 벌이에 더 도움이 돼서다. 그는 “어차피 월급 받는 처지여서 아침부터 열심히 돌아다닐 필요가 없다”며 “주변에 나처럼 ‘투잡’ 뛰는 기사들이 흔하다”고 했다.

지난 4월 사회적 거리두기 전면 해제 이후 야간시간대 택시 잡기가 힘들어졌다는 시민들의 불만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현장 법인택시 기사들 사이에서 2년 전 폐지된 사납금 제도를 부활해달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일한 만큼 더 벌어갈 수 있는 사납금제가 기사들의 근로 의욕을 높이고, 동시에 택시대란의 실타래를 풀 수 있는 해법 중 하나가 될 것이란 주장이다. 하지만 이 제도가 골라 태우기, 난폭운전 등 택시의 고질적인 폐해를 다시 부채질할 수 있어 재도입에 신중해야 한다는 비판적인 시각도 만만치 않다.

“월급만으로 생활 어려워”
현재 법인택시 회사들의 임금 지급 방식은 ‘전액 관리제’(고정 월급제)다. 택시기사는 하루 벌어들인 돈을 모두 회사에 입금하는 대신 매월 고정급을 약속받는다. 택시기사들의 과로를 막자는 취지에서 2020년 1월 시행됐다. 월급제 도입과 함께 폐지된 기존 사납금제는 택시기사들이 회사가 정한 하루 기준금액을 납입한 뒤 남는 돈을 가져가는 구조였다.

전액 관리제가 도입된 지 2년이 지난 현재 기사들의 불만은 예상보다 크다. 서울에서 20년째 택시기사로 일하는 홍정욱 씨(68)는 “사납금제 때는 매일 버는 돈이 내 것이라 생각하니 열심히 돌아다닐 수밖에 없었다”며 “당시엔 사납금을 모두 내고도 한 달에 400만원 넘게 벌었는데, 지금은 인센티브까지 합쳐서 많아야 300만원 가져간다”고 말했다.

서울시 택시운송조합 자료에 따르면 서울 법인택시 회사들이 소속 기사들에게 지급하는 월 고정급은 올해 기준 월 110만~200만원 수준이다. 월 400만원 안팎의 기준금액을 초과해 납입한 금액에 대해선 기사에게 60~70%를 돌려주는 인센티브 제도도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인센티브제가 ‘그림의 떡’이란 반응이다. 홍씨는 “기준금액(400만원)에 도달하지 못할 가능성도 큰데 굳이 고생하며 일할 이유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전액 관리제 시행 이후 법인 택시 운행률은 2020년 40.7%에서 올해 32%로 뚝 떨어졌다. 박봉을 견디지 못한 젊은 기사들이 배달라이더, 택배업체로 옮겨갔다.
사납금제 부작용도 만만치 않아
현 규정상 사납금제 운용은 불법이지만 암암리에 제도 명칭만 바꾸거나 편법적으로 사납금제를 시행하는 법인택시들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몇몇 택시 회사는 경력이 오래된 일부 기사와 사납금 제도로 임금 계약을 맺는 사례도 있다”고 전했다.

이런 부작용을 파악한 서울시도 지난 7일 시 소재 법인택시 업체 254곳 전부를 대상으로 전액 관리제 실태조사에 나선다고 밝혔다. 이튿날 오세훈 서울시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택시요금 인상만으로 (택시대란 해소에) 충분할지 알 수 없다”며 “전액 관리제를 과거의 인센티브 시스템(사납금제)으로 바꾸는 게 본질적인 해법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서울시는 조만간 내놓을 택시산업 종합대책에 일정 자격을 갖춘 개인이 택시회사에 임차료를 내고 택시를 빌려 영업하는 ‘택시 리스제’ 도입을 넣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택시업계 전문가들은 사납금제 부활의 필요성을 주장한다. 부산시 택시운송사업조합 관계자는 “개인택시와 달리 법인택시 기사는 매일 일정 금액을 채워야 한다는 압박도 있고, 회사가 보험처리를 해준다는 믿음이 있어 야간·장거리 운행에 더 호의적”이라고 했다.

하지만 사납금제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도 많다. 업계 관계자는 “사납금제가 부활하면 택시기사들의 과로는 물론 과속 운행, 승차 거부까지 나오면서 일반 시민이 애꿎은 피해를 보게 될 것”이라며 “좀 더 촘촘한 인센티브 제도를 구축하는 편이 더 낫다”고 지적했다.

이광식 기자 bumer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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