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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달러 환율과 함께 미국 주식 투자 매력도 오르고 있다. 환차익 효과를 누릴 수 있어서다. 전문가들은 미국 증시에서 선방 중인 헬스케어주, 필수소비재주 등을 추천했다. 환율이 오르면 더 높은 배당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미국 고배당주도 투자자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사자’로 돌아선 서학개미
25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이달 국내 투자자의 미국 주식 순매수 규모는 1억3766만달러다. 두 달 만에 순매수로 돌아섰다. 지난달과 7월에는 각각 5억7153만달러, 367만달러어치 순매도했다.강달러 현상이 미국 주식 투자 매력을 끌어올렸다는 분석이다. 지난 22일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 인덱스(DXY)는 20년 만에 장중 최고치인 111.63을 기록하기도 했다. 원·달러 환율도 13년6개월 만에 1400원을 돌파했다.
서학개미에게 강달러 현상은 호재다. 매수했을 때보다 매도할 때 환율이 더 높다면 환차익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애플은 이달 초 157.96달러에서 23일 152.74달러로 3% 넘게 떨어졌다. 하지만 원·달러 환율을 반영하면 수익률이 달라진다. 서울외환시장의 지난 9월 1일(1345원10전)과 9월 23일(1408원) 원·달러 환율을 반영하면 1.2% 수익률을 올린 것으로 나온다.
김해인 대신증권 연구원은 “당분간 달러 강세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많다”며 “국내 투자자 입장에선 당분간 미국 상장 주식이나 환노출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할 만하다”고 했다.
일라이릴리·월마트 ‘주목’
전문가들은 미국 주식에 투자한다면 헬스케어와 필수소비재주 등 경기방어주를 주목할 만하다고 조언한다. 최근 미국 증시가 하락하는 와중에도 이들 종목은 어느 정도 수익률 선방에 성공하고 있기 때문이다.환차익 효과까지 고려하면 수익률은 더 커질 것이란 설명이다. 서정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업종별로 살펴보면 반도체주, 경기민감주 유형이 상대적으로 부진했다”며 “헬스케어 섹터는 22일 0.51%가량 오르면서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고 말했다.
글로벌 투자은행 UBS는 미국 제약회사 일라이릴리를 최선호주로 꼽았다. 이 회사에 대한 투자 의견을 ‘보류’에서 ‘매수’로 변경했고, 목표주가 역시 335달러에서 363달러로 높였다. 현재가 대비 20% 넘게 상승할 것이라고 본 것이다.
콜린 브리스토 UBS 애널리스트는 “최근 실험 결과를 고려할 때 체중 감량제인 티르제파타이드(tirzepatide)가 유망한 상황”이라며 “일라이릴리를 대형주 중 가장 매력적인 종목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해당 종목은 최근 6개월간 24.6% 올랐다.
다른 헬스케어주도 최근 시장 지수 대비 양호한 흐름을 보였다. 글로벌 제약회사 머크와 존슨앤드존슨은 지난 3월부터 이달 22일까지 각각 14.6%, 1.3% 올랐다. 같은 기간 미국 S&P500지수가 12.7% 하락한 것과 대비된다.
헬스케어주와 함께 대표 경기방어주로 꼽히는 필수소비재주도 시장 대비 준수한 수익률을 보였다. 미국 유통업체 월마트 주가는 올 상반기까지 부진하다 최근 3개월간 약 10.6% 올랐다.
김명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예상보다 빠르게 재고 정상화가 이뤄지고 e커머스 등 신사업도 양호한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며 “중장기적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상승이 기대되는 월마트에 대해 긍정적 접근을 추천한다”고 했다. 미국 최대 할인소매업체 코스트코와 글로벌 소비재 판매업체 프록터앤드갬블(P&G)은 같은 기간 각각 7.8%, 2.2% 올랐다.
안정적 고배당주도 추천
안정적인 수익을 원한다면 미국 고배당주도 눈여겨볼 만하다는 평가다.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더 높은 배당수익을 기대해볼 수 있다.담배업체 필립모리스가 대표적 고배당주로 꼽힌다. 이달 기준 배당수익률은 5.3%다. 1%대인 S&P500 기업들의 평균 배당수익률보다 높다. 모건스탠리가 꼽은 배당주 톱픽 중 하나이며, 주당 배당금은 연평균 7% 넘게 오르고 있다. 세계 최대 통신기업 AT&T, 미국 리츠(부동산 투자전문회사) 리얼티인컴도 최근 배당수익률이 각각 5.25%, 4.76%다. 시장 평균치보다 3배 이상 높다.
마이크 윌슨 모건스탠리 수석전략가는 “시장이 동요하는 시기엔 안정적인 실적을 기록하거나 배당금을 늘리는 기업에 투자하는 방어 전략을 취할 만하다”고 했다.
최세영 기자 seyeong202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