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신 마비 장애를 갖고 있는 한 여성이 비행기에서 승무원들이 도움을 받지 못해 화장실까지 기어서 간 사건이 발생해 논란이 되고 있다.
21일(현지 시각) 영국 일간 메트로는 장애를 가진 영국 여성 제니 베리가 화장실을 가기 위해 비행기 통로 바닥을 기어가는 사연에 대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영국 더럼주에 거주하는 제니 베리는 최근 휴가를 떠나기 위해 스페인 알바스타 항공사를 이용했다가 이 같은 일을 겪었다. 당초 그는 영국 항공사인 TUI항공을 예약했지만, 비행편이 변경돼 알바스타 항공을 이용했다.
베리는 항공편에 탑승한 다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받았다. 그는 2017년 불의의 사고로 신경 질환이 발병한 뒤 하반신이 마비됐다. 일반적으로 항공사들은 교통 약자에게 이동이 용이한 앞좌석을 배정해 주지만, 베리는 앞 좌석을 이용하지 못했다.
이륙 이후 베리는 화장실을 이용하려고 도움을 요청 했지만 승무원은 "기내 통로용 휠체어가 없다"고 말하며 거절했다. 결국 베리는 혼자 힘으로 몸을 끌며 화장실로 이동했다.
그가 혼자 몸을 질질 끌며 겨우겨우 통로를 이동하는 동안에 승무원은 뒤에서 무심하게 카트를 끌고 다른 승객에게 음료를 제공했다고 한다.
화장실에 도착하자 베리는 또 한번 고초를 겪었다. 화장실 변기에 앉아야 하는데 승무원은 "장애인들은 기내에서 기저귀를 착용해야 한다"며 도와주지 않았다고 전했다.
결국 베리는 남편의 도움으로 변기에 앉을 수 있었다.
베리는 "장애인들은 자리에서 소변을 보도록 하는 것이 이들의 해결책"이라며 "장애인으로 살면 때때로 모멸적이고 무안해지는 순간이 있는데 바로 그날이었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알바스타항공은 지난 21일 인스타그램에 사과문을 게시했다. 알바스타항공은 "최근 우리 기내에서 발생한 사건에 대해 진심 어린 사과를 드린다"며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승객의 안전과 편안함이고 이 사건에 대해 철저히 조사해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공지했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