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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기 1조…AI·빅데이터로 잡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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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경남에서 가벼운 자동차 접촉 사고가 발생했다. 피해 차량의 운전자와 탑승자가 모두 입원한 뒤 합의금을 요구했다. 이에 따라 보험사가 지급해야 할 보험금은 4000여만원. 서류상으로는 아무 문제 없는 평범한 사고였지만 빅데이터 기반 보험 사기 탐지 시스템은 이상 신호를 울렸다. 현장 조사관이 급파됐다. 조사 결과 오랫동안 견인차 기사로 일해온 A씨가 지인들과 공모해 보험금을 타내기 위해 교통사고를 위장한 사실이 밝혀졌다.

국내 보험사들은 그동안 보험 재정을 좀먹어 온 고질병인 보험 사기를 해소하기 위해 인공지능(AI)·빅데이터 분석 기술을 활용한 범죄 예방 시스템을 도입, 운영하고 있다.

DB손해보험은 올초 보험사기 네트워크 분석 시스템인 ‘DB T-시스템’을 개설했다. 빅데이터를 활용해 공모형 보험 사기 적발을 지원하는 시스템이다. 가해자와 피해자가 공모한 자동차보험 사기나 병원과 브로커가 짜고 저지르는 장기보험 사기가 주된 분석 대상이다. DB T-시스템은 자체적으로 축적된 빅데이터를 분석해 공모 관계도와 관련 통계 정보 등을 자동으로 제공한다. 이 시스템을 거쳐 기존에는 인지하지 못했던 50여 건의 보험 사기 의심 사례가 수사 의뢰됐다.

현대해상도 개인 및 집단의 관계를 분석하는 사회연결망분석(SNA) 시스템을 운영 중이다. 최근 대구의 한 주택가에서 승용차가 후진하다가 오토바이와 추돌하는 사고가 났다. 평범해 보였던 이 사고는 SNA 시스템에 의해 보험 사기로 판명날 수 있었다. 승용차와 이륜차 차주가 지인 관계인 데다 5년 전에도 비슷한 사고가 있었다는 사실이 시스템상에서 곧바로 조회됐기 때문이다.

삼성화재도 지난해 9월 보험사기탐지시스템(IFDS)을 자체 개발한 뒤 지속적인 업그레이드 작업을 펼치고 있다. 보험 사기 혐의자에 대한 조사 착수, 수사 의뢰, 최종 판결 등 진행 단계별로 각종 정보를 제공한다. 여기에다 0부터 100까지로 점수화해 보험 사기 가능성을 추정하는 ‘스코어링 시스템’도 오는 12월 도입이 예정돼 있다.

생명보험사들도 보험 사기 예방을 위한 디지털 전환(DX)에 적극적이다. 삼성생명 보험사기 특별조사팀은 온라인상 데이터를 수집하는 ‘웹크롤링’ 기법을 활용해 작년 한 해에만 백내장 실손보험 사기 의심 병원 26곳을 적발했다. 교보생명도 2020년 머신러닝 기술을 접목한 ‘교보 보험사기예측시스템(K-FDS)’을 선보였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 사기로 보험금 누수 현상이 발생하면 보험사와 소비자 모두 피해를 받을 수밖에 없다”며 “보험사들이 앞으로도 보험 사기를 막기 위해 기술 고도화를 비롯한 DX 투자를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적발된 보험사기 규모는 9434억원으로 1조원에 육박했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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