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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순철의 글로벌 북 트렌드] "'녹색 성장'은 거짓말…이제는 '녹색 감축' 나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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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곳곳에서 자본주의가 삐걱거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성장과 번영을 이끌며 세계 경제를 지탱해오던 자본주의의 문제점이 드러나면서다. 대량 생산과 대량 소비를 추구해온 자본주의는 자원과 에너지의 무절제한 소비로 엄청난 이산화탄소를 배출했다. 그로 인해 기후 온난화와 기상 이변이 발생하고 있다. 기후 위기가 현실로 다가왔지만 온실가스 배출량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 국가 간 약속은 지켜지지 않고 개인의 행동 변화 역시 더디다. 기후 위기가 자본주의의 심장을 겨누고 있다.

최근 독일에서는 자본주의의 종말을 선언한 책이 화제다. 경제전문기자인 울리케 헤르만은 <자본주의의 종말(Das Ende des Kapitalismus)>이란 책에서 “우리는 유한한 세상에서 살면서 무한한 성장이 가능하다고 믿는 어리석음에 빠져 있다”고 일갈한다. 기후 보호와 경제 성장은 양립할 수 없으며 상호 배타적이다. 기후 보호는 자원을 보존하는 것이고, 경제 성장은 자원과 에너지를 소비할 때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저자는 ‘녹색 성장’이라는 구호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거짓말이라고 단언한다. 아울러 대안으로 논의되고 있는 녹색 재생 에너지 역시 경제 성장을 뒷받침하기에 역부족이라고 진단한다. 원자력은 위험하고, 태양과 바람은 변수가 많고, 에너지 전환에는 많은 비용이 든다.


책은 자본주의의 목표인 성장과 번영이 자원 사용과 에너지 연소를 통해서만 가능하다는 점을 반복해서 강조한다. 디지털 기술 혁신으로도 절대로 기후 위기를 막을 수 없다. 따라서 이제 주요 선진국들은 지구 생태계를 살리기 위해 과감하게 성장을 추구하는 자본주의와 결별을 선언해야 한다. 그리고 재활용할 수 있는 것들만 소비하는 ‘순환 경제’를 위한 대전환을 시작해야 한다. 대전환은 단지 자본주의 체제의 전환 또는 폐기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여섯 번째 대멸종’을 향해 폭주하는 기관차에 브레이크를 거는 것이다.

“우리 사회는 ‘녹색 성장’이 아니라 ‘녹색 감축’에 적응해야 합니다. 자동차도 줄어들고, 비행기도 줄어들고, 아파트도 줄어들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는 결코 나쁜 것이 아닙니다.” 저자는 성장을 추구하는 자본주의는 지속 가능하지 않고, 이제는 성장이 아니라 ‘탈성장(degrowth)’으로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고 말한다. 가치와 목표의 전환으로 인해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지만, 이제는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유지하면서 자본주의에서 탈출하는 방법을 함께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붕괴 없이 위대한 대전환을 만들어낼 것인가? 책은 1939년부터 실시됐던 영국의 전시 경제 체제를 역사적 모델로 제시하면서, 자본주의에 대한 종속 없이 새로운 경제 체제로 전환할 수 있는 하나의 대안을 소개한다.

제2차 세계대전을 앞두고 당시 영국은 엄청난 도전에 직면해 있었다. 영국 정부는 민간 기업에 원자재, 자금, 그리고 일자리를 할당했다. 영국 국민은 정해진 양의 음식을 제공받았다.

가구나 의류 같은 소비재는 개인 포인트 예산을 사용해 살 수 있었다. 질서 정연하고 사회적으로 공정한 분배였다. 소비에트 사회주의가 아닌 민주적으로 계획된 시장 경제였다. 책은 자본주의는 질서 있게 해체돼야만 하고, 그렇지 않으면 더욱 급진적인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엄중하게 경고한다.

홍순철 BC에이전시 대표·북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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