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자 A양은 최근 아이돌 굿즈를 사기 위해 SNS에서 불법 사채업자와 접촉해 8만원을 빌렸다. 욕설과 협박을 동반한 수십통의 추심전화에 시달린 끝에 열흘 만에 이자와 연체료를 합쳐 14만원을 상환하게 됐다. 연 이자율은 2737%에 이르렀다. 미등록 대부업자 B씨는 SNS에 ‘대리입금’ 광고를 올려 청소년 480여명한테 총 5억3000만원을 대출해 줬다. 상환이 지연되자 B씨는 채무자의 학생증과 연락처 등을 SNS에 게시했다.
금융감독원은 25일 “청소년 등을 주 대상으로 하는 소액 고금리 대출인 대리입금 광고가 지속적 발생하고 있다”며 “대리입금은 법의 사각지대에서 음성적으로 이뤄지는 만큼 청소년 및 학부모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금감원에 따르면 대리입금 광고제보 건수는 2020년 2576건에서 작년 2862건으로 뛴데 이어, 올해 1~8월 동안에만 3082건이 접수됐다.
대리입금 영업은 주로 SNS에 광고글을 게시하고 10만원 내외의 소액을 2~7일간 단기로 대여해 주는 행태를 띤다. 대출금의 20~50%를 수고비(연환산 이자율 1000~3000%)로 요구하고, 늦게 갚았을 경우 시간당 2000원 정도의 지각비를 부과하기도 한다. 연체시 전화번호나 사진 등을 유포하겠다는 협박이 발생할 수 있고, 협박에 상대적으로 취약한 여성만 대상으로 하는 대리입금도 적지 않다는 게 금감원 설명이다.
대리입금 업자들은 불법사채가 아닌 지인간 금전 거래인 것처럼 가장하고 있지만, 대리입금은 법정 최고이자율(연 20%)을 과도하게 초과하는 고금리 불법 사채다. 또한 부모 동의 없이 미성년자와 체결한 대리입금 행위는 민사상 취소가 가능해 원금 외에 이자나 수고비 등은 갚을 의무가 없다. 타인에게 대리입금을 해주는 행위도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
금감원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나 경찰청 등 유관기관과 협력해 대리입금 광고를 적극적으로 차단하고 피해사례를 신속히 수사의뢰 하겠다”며 “피해 발생시 선생님이나 부모님 등 주위에 알리거나 금감원, 경찰 등에 신고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