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대정부 질문 사흘째인 21일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통과에 대한 정부의 미흡한 대응이 도마에 올랐다. 더불어민주당은 고금리·고물가·고환율 등 ‘3고(高) 위기 상황’을 강조하면서 ‘부자 감세’를 철회하고 민생 예산을 늘리라고 정부를 압박했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정확한 예산 소요 추계도 없이 포퓰리즘 정책을 요구하고 있다”며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물타기 하려는 의도”라고 맞섰다.
민주당은 이날 열린 경제 분야 대정부 질문에서 민생경제대책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태년 의원을 포함해 김수흥·이동주·이소영·이원택·정태호 의원을 질의자로 내세워 정부에 날을 세웠다. 김태년 의원은 한국산 차량을 전기차 보조금 지원 대상에서 제외한 미국의 IRA 통과에 대해 “8월 초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이 방한했을 때 논의했어야 했는데 대통령도, 총리도 이에 관해 얘기한 적이 없다”며 “우리 정부는 무엇을 하고 있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에 대해 “결과적으로 대단히 유감스럽고 송구스럽다”고 했다. “미국을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조 바이든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얼굴을 붉혀서라도 국익을 관철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김 의원의 질의엔 “우리에게 중요한 과제이기 때문에 당연히 논의하실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민주당은 정부의 법인세 인하 등에 대해 ‘초부자 감세’라고 주장하면서 지역화폐 예산, 쌀 의무 매입 등 민생을 위한 재정지출 확대를 요구했다. ‘이재명식 민생’을 앞세워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김수흥 의원은 “농민들이 국민의 식량을 공급하고 있는데 초과 생산량이 발생했다고 정부는 시장에 방치하느냐”며 “민주당이 추진하는 양곡관리법 개정에 동의하느냐”고 압박했다. 민주당은 과잉 생산된 쌀을 정부가 의무 매입하도록 하는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정기국회에서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한 총리는 대책 마련 필요성에는 공감한다면서도 “법률로 하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해 굉장히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선을 그었다. 민주당의 부자 감세 지적에 대해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법인세 경감은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이 더 많이 감면된다”며 “부자 감세, 부자를 위한 정책을 구사하고 있지 않다. 대한민국을 균형 있게 보고 경제 살리기를 위한 정책을 펴고 있다”고 강조했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지난 정부에서 약화된 경제 체질을 지적하며 ‘문재인 정부 책임론’으로 맞섰다. 홍석준 의원은 “문재인 정부는 역대 비교할 수 없는 가장 낮은 연평균 2.2%의 성장률을 보였다. 문재인 정부 기간에 410조원 이상의 국가 부채가 늘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일준 의원은 “문재인 정부가 도입한 주 52시간제로 인해 취업자가 줄고 비정규직이 늘었다”며 “완전히 실패한 경제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치솟는 물가에 대해서는 여야가 한목소리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추 부총리는 “여러 수급 안정 대책, 수입 확대 등의 조치를 하고 있다”며 “취약계층에는 특별지원 등을 통해 부담을 덜어드릴 수 있도록 다각적인 노력을 할 것”이라고 했다.
정부는 최근 논란이 된 영빈관 신축 예산과 관련해 “대통령은 몰랐던 사안”이라고 밝혔다. 추 부총리는 “대통령 비서실에서 제안했고 기재부의 내부 실무 검토 과정 등 관련 절차를 거쳤다. 개별사업에 관해 (대통령에게) 전부 보고하지는 않는다”고 답했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