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중국의 대만 침공이 현실화할 경우 미국이 방어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간접 지원에 머물렀던 우크라이나 전쟁과 달리 미군을 직접 보내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 이후 미중 갈등이 격화하면서 양안(중국·대만) 문제에 대한 '전략적 모호성' 전략을 폐기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대만 공격하면 미군 보낸다
바이든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간) 공개된 현지 CBS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이 대만에 전례없는 공격을 가할 경우 미국이 방어할 것"이라고 밝혔다. 진행자가 "우크라이나 전쟁 때와 달리 미군이 방어하는 것이냐"고 구체적으로 묻자 바이든 대통령은 "그렇다"고 답했다. 우크라이나의 경우 무기 지원에 국한됐지만 대만에는 미군까지 파병하겠다는 뜻이다.
역대 미국 정부는 중국의 대만 침공 시 직접 개입 여부를 명확히 밝히지 않는 전략적 모호성을 고수했다. 1979년 미중 수교 이후 43년간 유지된 정책이다. 당시 대만과 단교한 미국은 유사시 개입할 여지를 두고 대만에 군사적 지원을 이어가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의 이번 발언이 '전략적 모호성의 종말을 뜻하는 것'이란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팡위첸 대만 쑤저우대 정치학과 교수는 독일 매체에 "전략적 모호성에서 전략적 명확성으로 조정되는 과정"이라고 평가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바이든 대통령은 앞서 이와 유사한 발언을 세 차례했다"면서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에 대한 반발로 중국이 대만 상공에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이후로는 처음"이라고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단순히 실언한 것이란 해석도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대만을 중국의 일부로 여기는 '하나의 중국' 정책이 폐기된 것은 아니라고 일축했다. 그는 "오래 전에 약속한 내용(하나의 중국)에 동의한다"며 "우리는 대만의 독립을 장려하지 않으며 이는 대만이 스스로 판단해야 할 문제"라고 했다. 백악관도 "대만에 대한 미국의 정책은 변하지 않았다"며 진화에 나섰다.
대중 투자 차단 위협도
펠로시 의장이 지난 8월 대만을 방문한 이래 미·중 관계는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중국은 대만에 대한 군사적 도발을 일삼고 미국은 대만과 밀착하는 모습이다. 미 상원 외교위원회는 지난 14일 대만을 비나토 동맹국처럼 대우하고 5년간 무기 및 군사훈련 자금 65억달러(약 9조원)를 승인하는 대만정책법을 통과시켜 본회의로 넘긴 상태다. 최종 처리는 불투명하지만 미국 내에서 강경해진 반중 목소리를 나타내는 대목으로 풀이된다.군사 전문가들 사이에선 미국이 전략적 모호성을 접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필립 데이비드슨 전 인도태평양사령부 사령관은 지난해 중국의 6년 내 대만 침공 가능성을 경고하며 전략적 모호성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표적인 대중 강경파인 존 볼턴 전 국가안보보좌관도 지난 6월 전략적 모호성이 시대에 뒤떨어진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커트 캠벨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인도태평양 조정관은 "전략적 명확성으로 가는 것엔 커다란 단점이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이 러시아를 물밑 지원할 경우 투자가 끊길 것이라고 경고했던 사실도 공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인터뷰에서 "만약 러시아에 부과된 제재를 위반해도 미국과 다른 국가들이 중국에 계속 투자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엄청난 실수를 하는 것"이라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말했다고 전했다. 시점을 명시하진 않았지만 지난 3월 이뤄진 시 주석과의 통화 내용을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고 블룸버그는 보도했다.
다만 바이든 대통령은 "지금까지 중국이 러시아가 원하는 무기 등을 제공했다는 징후는 없다"고 했다. 미중 갈등이 여전한 가운데 바이든 대통령과 시 주석이 오는 11월 인도네시아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처음으로 대면할지 주목되고 있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