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당국이 외국환은행들을 향해 미국 달러화 주문 내역과 외환 관련 포지션을 1시간 단위로 보고해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전까지 정부는 하루 2~3회씩 외환 매매 내역 등을 보고받았는데, 원·달러 환율이 1400원 선을 위협하자 보고 주기를 대폭 단축한 것이다.
18일 외환시장 관계자들에 따르면 외환당국은 지난 16일 외국환은행들에 달러 매수·매도 현황과 외환 관련 포지션을 매시간 보고해달라고 요구했다. 한 대형은행 관계자는 “그동안 매일 오전과 점심, 장 마감 이후 등 하루에 3회씩 외환 주문 동향을 외환당국에 보고해왔는데, 지난 금요일엔 1시간마다 보고해달라는 외환당국의 요청이 들어왔다”며 “매시간 보고체계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정부로부터 매시간 달러 매매내역을 보고해달라는 요청을 받은 게 사실”이라며 “최근 외환 운용 시 환리스크 헤지(위험회피) 목적 외에 환차익만을 추구하기 위한 외환 운용에 대해선 자제해달라는 취지의 요청도 받았다”고 전했다.
은행들은 외환당국의 이번 요구 전에도 외환거래 보고 의무를 규정한 외국환거래법에 따라 달러 주문 내역을 정부에 보고하고 있었다. 이번에 달라진 점은 보고 주기다. 법률에 따라 외환 거래내역을 이미 매일 2~3회씩 보고받아온 정부가 보고 주기를 1시간 단위로 단축한 것은 환투기성 거래를 차단하고 시장개입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된다. 환율 방어를 위해 달러 대량 매도 시점을 조율하는 데 앞서 외환 거래 모니터링을 강화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원·달러 환율이 1400원에 육박한 15일 이후 외환당국은 적극적인 시장 개입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15일엔 환율이 장중 1397원90전까지 오르자 정부 개입으로 추정되는 7억달러 규모의 달러매도 물량이 시장에 풀렸고, 16일 외환시장에선 마감 직전 외환당국이 내다 판 것으로 추정되는 20억달러가량이 쏟아졌다. 정부 개입 결과 환율은 15일엔 1393원70전, 16일엔 1388원에 거래를 마쳤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최근 환율이 단기간에 1400원 선에 육박하자 속도 조절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강(强)달러 여파에 따른 환율 상승 추세를 근본적으로 꺾지는 못하더라도 환율이 너무 가파르게 오르는 건 막겠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외환당국 관계자는 “외환시장에 정부가 구체적으로 어떤 조치를 취했는지는 밝힐 수 없다”고 했다.
정의진/이인혁 기자 justj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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