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 소비를 최소화하는 반도체를 개발할 겁니다. 비유하자면 ‘정보기술(IT) 제품에 나무를 심는’ 것입니다.”
송두근 삼성전자 DS(반도체)부문 환경안전센터장(부사장)은 지난 16일 서울 태평로 삼성전자 기자실에서 ‘신(新)환경경영전략 간담회’를 열고 이같이 말했다. 삼성전자가 전날 “가용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2050년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겠다”고 선언한 것의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소개하고 나섰다.
삼성전자는 이날 간담회에서 탄소중립이 어려운 과제지만 어떻게든 실현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김수진 삼성전자 지속가능경영추진센터 부사장은 “삼성전자는 방대한 사업구조를 갖추고 있기 때문에 2050년 탄소중립 실현은 굉장히 도전적인 과제”라며 “일단 방향을 제시했고 구체적인 방법을 찾아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열악한 국내 재생에너지 전력 공급 환경 등을 감안하면 탄소중립이 호락호락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에 대한 설명이다.
김 부사장은 재생에너지 전력을 어떤 방법으로 확보할 것이냐는 질문에 “특별히 선호하는 방법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다”며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DX(디바이스 경험)부문에서 추진할 환경경영 목표와 중요 혁신기술 방안을 수립했다. 반도체 분야에선 생산 중 발생하는 오염 물질을 2040년까지 ‘자연 상태’ 수준으로 저감하겠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환경안전연구소를 중심으로 오염물질 배출 저감 기술을 고도화하는 데 집중하기로 했다. 송 부사장은 “온실가스 처리 메커니즘을 개선하는 데에만 수조원이 투입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2030년까지 반도체 제조과정에서 발생하는 공정가스 저감, 폐전자제품 수거·재활용, 수자원 보존 등 환경경영 과제에 7조원 이상 투입할 방침이다.
DX부문의 김형남 글로벌CS센터장(부사장)은 3단계에 걸쳐 탄소 절감 과제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냉장고·세탁기·에어컨·TV·모니터·PC·스마트폰 등 7대 소비자 제품의 전력소비량을 2030년까지 2019년 대비 평균 30% 개선한다는 목표다.
예컨대 스마트폰은 화면 주사율 최적화, TV는 화면 픽셀 구조 변경으로 백라이트 밝기 최적화를 추진한다. 에어컨은 고효율 냉매를 적용해 압축기 운전을 최소화하기로 했다. 폐제품 수거와 재활용을 확대하는 프로젝트를 가동해 2030년까지 폐전자제품 1000만t을 수거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일각에선 친환경 공정 적용에 따른 제품 가격 인상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냉장고 열차단 효과를 높이기 위해 기존보다 비싼 진공 단열재를 적용하면 그 비용이 소비자에게 전가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김형남 부사장은 “공급망을 최적화하면 투입비를 줄일 수 있다”며 “가격 부담이 전가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