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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마을] 게임은 현실 축소판…펜데믹 대응 미리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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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9월 인기 절정의 온라인 게임 ‘월드오브워크래프트’ 속에서 난데없는 역병이 돌았다. 특정 장소에서만 걸려야 하는 질병 ‘오염된 피’가 제작진 실수로 다른 지역까지 퍼져나간 것. 병은 대도시를 중심으로 창궐했고, 사망하는 캐릭터가 속출했다.

‘팬데믹’을 맞닥뜨린 게이머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다른 캐릭터를 회복시켜주는 사람도 있었고, 병에 걸린 뒤 전염을 막기 위해 자가격리를 택하는 사람도 많았다. 하지만 감염자에게 엉뚱한 아이템을 치료제라며 속여 팔거나 재미로 병을 확산시키고 다니는 사례도 여럿 나왔다.

‘오염된 피 사건’이라고 이름 붙은 이 일은 단순한 게임 속 해프닝으로 끝나지 않았다. 사회학자와 감염병학자들이 이 사태를 ‘전염병 확산의 예시’로 주목하면서다. 유력 의학저널을 비롯한 여러 학술지에는 100건 넘는 관련 논문이 실렸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감염병 연구에 쓸 테니 관련 통계를 달라”고 제작사에 요청하기도 했다. 코로나19가 유행하기 시작한 2020년 초에도 이 사건은 재조명됐다. ‘슈퍼 전파자’나 가짜 약장수 등 15년 전 게임 속에서 벌어진 추태가 현실에서도 재현됐기 때문이다.

<게임의 사회학>은 이처럼 온라인 게임 사용자들의 행태를 통해 현실을 분석하고 예측한 사례를 소개한 책이다. 엔씨소프트에서 게임 데이터 분석을 담당하는 데이터 과학자 이은조가 썼다. 저자는 “‘게임 사회학’은 앞으로 사회 변동을 예측하는 유용한 도구가 될 것”이라고 설명한다.

게임 데이터 분석은 경제·경영 분야에서도 유용한 통찰을 준다. 미국 인디애나대 경제학과의 에드워드 캐스트로노바를 비롯한 많은 학자들이 이미 게임 속 경제활동에 대해 여러 논문을 발표했다. 온라인 게임 내 사람들의 모임(길드) 규모가 크고 분업화가 잘돼 있을수록 길드는 오래 존속하지만 개별 사용자의 레벨업은 더뎌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대기업을 다니면 안정적이지만 정해진 범위 내의 일만 해야 하는 반면, 스타트업은 언제든 망할 수 있지만 종합적인 업무 능력을 키우기엔 좋다는 현실을 연상시킨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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