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 중 무단횡단을 하다가 오토바이에 부딪친 택배기사가 오토바이 운전자에게 합의금 5000만 원을 요구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원하는 액수의 합의금을 주지 않을 경우 형사 처벌 이후 민사 소송을 걸어 더 큰 금액을 요구하겠다며 오토바이 운전자를 압박했다고 한다.
최근 교통사고 전문 한문철 변호사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한문철 TV'에는 '택배 기사님의 무단횡단'이라는 제목의 영상이 올라왔다. 오토바이 운전자이자 제보자 A 씨는 "합의금으로 1000만 원을 제시했는데, 상대가 5000만 원을 요구해서 결국 재판에 넘겨졌다"고 했다.
A 씨가 공개한 택배 기사 차량 블랙박스 영상을 보면 택배 기사이자 사고 피해자 B 씨는 갓길에 세워둔 자신의 택배 차량에서 배송할 물건을 집은 뒤, 곧바로 뒤로 돌아 편도 1차로 도로를 무단횡단한다. 이때 반대편에서 달려오던 A 씨의 오토바이와 부딪쳤다. 사고로 인해 B 씨는 전치 12주의 부상을 입었다.
이륜차 종합보험에 들지 않고 책임보험에만 가입했던 A 씨는 B 씨에게 합의금으로 1000만 원을 제시했다. 하지만 B 씨는 5000만 원을 요구하면서 "5000만 원을 주지 않으면 형사 처벌 이후 민사로 훨씬 더 크게 소송하겠다"는 취지로 압박했다고 한다. 합의에 이르지 못한 A 씨는 결국 재판에 넘겨졌다.
A 씨 공소장에 따르면 검찰은 "사고 당시는 야간이었고, 그곳 전방에는 B 씨가 비상등을 켠 채 택배 화물차를 갓길에 정차한 후 택배 업무를 수행하고 있었으므로, 원동기장치자전거의 운전업무에 종사하는 사람(A 씨)에게는 전방 및 좌우를 잘 살펴 택배 화물차를 지나치기 전에 속도를 줄이고 조향 및 제동장치를 정확히 조작하는 등 안전하게 운전해 사고를 미연에 방지해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었다"고 적시했다.
즉, 갓길에 세워진 B 씨의 택배 차량을 보고서도 사고를 일으켰기 때문에 A 씨가 전방주시 등의 업무상 주의의무를 위반했다는 취지다. 다만 택배 차량의 불빛 때문에 차량 근처는 식별하기 어려웠다는 게 A 씨의 주장이다. 생방송 중 진행된 시청자 투표에서 A 씨가 '유죄'라는 의견은 1표(2%), '무죄'라는 의견은 49표(98%)로 나타났다.
한 변호사는 "건너편에 차가 비상등 켜고 있으면 전부 다 조심해서 가야 하냐"며 어린이 통학버스나 관광버스 같은 게 있으면 조심해서 가야겠지만, 이게 과연 A 씨에게 잘못이 있겠냐"고 했다. 이어 "이 사건은 무죄 또는 벌금형이 내려질 것 같다"며 "실형이나 집행유예를 논할 문제는 아닐 것 같다. B 씨가 너무나 갑자기 튀어나왔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고 1000만 원 정도로 형사 합의할 생각이 있다면 오는 12월 9일 이후에는 피해자가 동의하지 않더라도 사건 번호로 피공탁자를 특정해 공탁할 수 있다"며 "마음이 불안하면 그때 공탁하는 것도 생각해볼 수 있겠다"고 조언했다.
한 변호사는 A 씨와 시청자들에게 이륜차 운전자보험 가입도 적극 권유했다. 한 변호사는 "A 씨의 경우 1심에서 열심히 다투고 1심에서 안 되면 항소심까지 가야 하고 항소심에서 안 되면 대법원까지 가야 한다"며 "운전자보험에 가입하면 변호사 선임 비용뿐만 아니라 만약 벌금형이 내려졌다면 벌금도 지원해준다"고 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