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휘문고 학교법인 관계자들의 50억원대 횡령 사건으로 자사고 지정을 취소한 서울교육청의 처분이 적법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사학비리’로 인한 자사고 취소 처분이 인정된 첫 사례다.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부장판사 신명희)는 15일 학교법인 휘문의숙이 서울교육감을 상대로 낸 자사고 지정취소처분 취소 소송을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앞서 서울교육청은 2020년 회계부정을 이유로 휘문고에 대한 자사고 지정 취소를 결정했고, 교육부도 이에 동의했다. 휘문고 학교법인 명예이사장이던 김모씨와 그의 아들인 민 전 이사장, 박모 전 법인사무국장이 약 6년간 50억원에 가까운 학교 공금을 횡령해 개인적으로 유용했기 때문이다. 민 전 이사장과 박 전 법인사무국장은 2020년 4월 대법원에서 징역 4년을 확정받고 복역 중이다. 명예이사장은 1심 선고 전 사망해 공소가 기각됐다.
이에 휘문고는 “횡령의 부담을 학교에 지우는 것은 부당하다”며 지정취소 소송을 제기했으나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자사고 지정취소) 처분 사유로 인정되는 횡령 액수만 30억7500만원에 이르고 배임액은 2100여만원”이라며 “장기간 횡령과 배임이 이뤄졌고 원고가 교육기관으로서 사회적 책무를 다하지 못했음이 자명하다”고 판단했다. 횡령금 가운데 약 2억6000만원이 환수됐지만, 전체 횡령과 배임 액수에 비춰볼 때 10%에 미치지 못한다는 점도 지적했다.
이어 “시행령 변경에 따라 2025년 3월 1일에는 자사고가 전면 폐지될 예정이기 때문에 원고가 입은 피해 규모가 크다고 보기도 어렵다”며 “교육청의 처분이 사회적 타당성을 잃은 정도라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지금까지 학교의 신청으로 일반고로 전환되거나 5년마다 시행되는 운영평가에서 기준 점수에 미달해 일반고 전환 절차를 밟은 사례는 과거에도 있었다. 하지만 2009년 자사고 지정 이후 ‘회계 비리’로 자사고 지정 취소가 결정된 것은 휘문고가 처음이다.
이에 대해 서울교육청은 “이번 판결은 학교 관계자들에 의한 회계부정이 자사고 지정 취소 사유에 해당한다는 교육청 판단의 정당성을 인정한 것”이라며 “앞으로도 자사고의 공정하고 투명한 회계 운영 및 자율권에 따르는 사회적 책무성을 강화하기 위해 철저히 지도할 계획”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휘문고는 자사고 지정 취소 처분 효력을 임시로 중단하는 법원의 집행정지 결정을 받아내 2022학년도까지 임시로 자사고 지위를 유지해왔다. 서울교육청은 “휘문고가 일반고로 전환되더라도 현재 재학생은 졸업할 때까지 자사고 학생 신분과 입학 당시 계획된 교육 과정이 보장된다”고 설명했다.
오현아/최예린 기자 5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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