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계 미국인인 주희찬(마이크 주·사진)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증권 최고운영책임자(COO)가 북미 지역의 기업금융 및 투자은행 업무를 총괄하는 대표에 선임됐다. 주 대표는 월스트리트 대형 증권사에 근무하는 한국인 중 가장 높은 직위에 오른 인물이 됐다.
14일 외신 및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미국 뱅크오브아메리카 증권은 주 대표를 글로벌 기업금융 및 투자은행(GCIB)의 북미 총괄 대표로 임명한다고 내부 구성원에게 발표했다. 주 대표는 그동안 맡고 있던 GCIB의 COO 업무도 함께 겸직한다. 뱅크오브아메리카 증권은 자산 규모 기준 미국 2위 은행인 뱅크오브아메리카의 IB 사업 부문으로, 옛 이름은 BoA메릴린치다. 뱅크오브아메리카가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전통의 IB 명가인 메릴린치를 인수하면서 탄생했다.
북미는 뱅크오브아메리카 증권 매출의 80% 이상을 담당하는 핵심 지역이다. 아시아·태평양과 유럽·중동에는 각각의 지역 대표가 있었지만 북미 지역은 그동안 본사가 총괄해왔다. 이번 인사로 신설된 북미 지역 대표를 주 대표가 맡으면서 매튜 코더 뱅크오브아메리카 증권 회장에 이어 사실상 2인자로 올라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주 대표는 7세 때 미국으로 이주한 한국계 미국인이다. 매사추세츠공대(MIT)를 졸업한 뒤 1995년 골드만삭스에서 커리어를 시작했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한국 정부가 발행한 40억달러 규모의 외국환평형기금채권 발행업무를 성사시켰다. 당시 나이 25세였다. 외환보유액 확보에 기여한 것은 물론 해외 투자자들에게 한국 경제가 회복할 수 있다는 신호를 준 거래로 지금까지도 회자된다. 이때 공로를 인정받아 한국 재무부 장관 표창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후 주 대표는 크레디트스위스(CS)를 거쳐 2006년 뱅크오브아메리카에 합류했다. 2009년엔 뱅크오브아메리카의 아시아·태평양 본부 채권발행부문(DCM) 대표에 선임되기도 했다. 그는 이번 임명 전까지 뱅크오브아메리카의 매니징디렉터(MD)이자 기업금융 부문 COO를 맡아왔다.
코더 회장은 “주 신임 대표가 그동안 시장에서 쌓아온 경험과 광범위한 네트워크를 활용해 뱅크오브아메리카의 플랫폼을 한층 성장시키고 고객 관계를 깊게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주 대표는 앞으로도 기업 금융, 캐피털 마켓, IB 등 각 부문 책임자들과 협력해 회사를 운영할 계획”이라고 내부 구성원에게 설명했다.
주 대표는 샌도우 허 찰스뱅크캐피털 매니징디렉터와 함께 월가의 한국계 금융인 모임인 KFS(Korea Finance Society)를 창설하기도 했다. KFS는 미국 내 젊은 한국인들이 월스트리트에 진출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하는 비영리단체다. 2010년부터 KFS의 지원을 받아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JP모간, 뱅크오브아메리카 등 이른바 ‘벌지 브래킷(bulge bracket: 초대형 글로벌 IB들을 통칭하는 말)’에 입사한 한국인이 150여 명에 달한다.
주 대표는 지난 5월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식에 참석하기도 했다.
차준호 기자 cha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