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반도체산업 육성이 세계적 화두다. 미국, 유럽연합(EU) 등 주요국 정부는 수십조원 규모의 지원을 추진 중이다. 반도체는 인공지능과 자율주행 등 미래의 기술 혁신을 주도하는 시작점이기 때문이다. 지난 6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아시아 순방의 첫 행선지로 가장 먼저 찾은 곳도 경기 평택의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이었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8월 527억달러의 보조금을 지원하는 ‘반도체와 과학법’에 서명하면서 “미래는 미국에서 만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의 지난해 반도체 수출은 총수출의 19.9%를 차지하는 등 9년 연속 수출 1위 산업으로서 경제를 견인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반도체산업은 메모리 분야에서는 강하지만 세계 반도체 시장의 70%를 차지하는 시스템(비메모리) 분야 점유율은 3%에 불과하다. 대만, 미국 등 시스템 반도체 선두 주자와 기술 격차를 좁힐 수 있도록 차별화된 인재 양성이 필요하다. 특히 미국 주도의 반도체 동맹과 우리나라 반도체 수출의 40%를 차지하는 중국 사이에서 협상 주도권을 쥐기 위해서는 기술 우위를 위한 인재 육성이 해결책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반도체 전문인력 공급은 산업계 수요에 비해 크게 미달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 10년간(2009∼2019년) 반도체산업 종사자 증가율은 53%인 반면, 관련분야 대학(원) 졸업생 증가율은 29%로 큰 차이가 난다. 미국의 대표 반도체 기업 Q사의 설계인력은 2만 명 이상이지만, 한국은 200여 개 기업이 설계인력 1만여 명을 두고 경쟁하고 있다.
특히 2030년을 목표로 우리가 경쟁력이 약한 시스템 반도체 시장점유율을 10%까지, 현재 30% 미만인 반도체 소재·부품·장비의 국내 자급률은 50%까지 높이기 위해서는 반도체 관련 인재 육성이 절실하다. 지난 7월 정부 부처 합동으로 ‘반도체 관련 인재 양성 방안’을 발표했다. 그중에서도 기업과 연계한 프로젝트 중심의 교육으로, 직업계고와 전문대학 단계에서 일·학습 병행을 확대해 산업 현장에서 바로 일할 수 있는 전문인재를 양성한다는 계획이 눈에 띈다.
정부와 한국산업인력공단은 산업 현장의 실무형 인재 양성을 위해 2014년 도입한 ‘일·학습 병행’ 사업을 최근 반도체 등 첨단산업 분야로 확대하고 있다. 일·학습 병행은 기업이 청년을 채용해 교육기관의 이론교육과 기업의 현장 훈련을 동시에 제공하는 제도로서 독일, 스위스 등의 일터 기반 학습을 국내에 맞게 설계한 한국형 도제 훈련이다. 올해 6월 현재 일·학습 병행을 통한 반도체·첨단산업 분야 훈련인원은 520명에 불과하지만 첨단산업 특화 일·학습 병행 아카데미 등을 도입해 전문인력 양성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일·학습 병행은 도입 이후 현재까지 1만8000여 개 학습기업과 12만6000여 명의 학습근로자가 참여했다. 2년 전 8월 28일 ‘산업현장 일·학습 병행 지원에 관한 법률’이 시행돼 학습기업에 안정적인 지원을 제공하고 학습근로자의 안전한 일학습 환경을 보장하고 있다. 또한 최종평가 합격 후 국가자격증을 발급해, 훈련-자격-취업으로 이어지는 인적자원 개발의 고품질 제도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교육훈련은 기술과 사람을 잇는 다리(bridge)다. 법 시행 2주년을 맞이한 지금, 일·학습 병행은 첨단기술과 인간을 이어주는 ‘튼튼한 다리’로 거듭나고 있다. 일학습 병행이 대한민국의 미래를 짓는 다리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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