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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호의 국제경제 읽기] 탈(脫)글로벌시대 부추기는 바이든 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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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1월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조 바이든 행정부의 산업정책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8월 반도체생산 인센티브법과 아울러, 전기차용 배터리와 풍력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산업에 대한 보조금을 골자로 하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발효시킨 데 이어 지난 12일 바이오산업 국내 생산을 촉진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국제 정세로 해석해 보면, 바이든 정부의 이 조치들은 공급망 위기 대응이라기보다는 미국이 중국의 기술 약진을 견제하고 첨단기술을 지배하려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다. “미국이 중국과 경쟁하는 방법은 미국 내 투자밖에 없다”는 지나 러몬도 미 상무장관의 발언에 모든 것이 함축돼 있다. 그러나 관련 부문이 한결같이 한국의 핵심 미래 산업들이어서 우리 업계에 득과 실 어느 쪽이 될지 초조하기만 하다. 세계 자유무역을 위해 동분서주하던 미무역대표부도 지금은 “세계 전체를 놓고 경제 관계를 재구축하는 데 단호한 결정을 내리고 있다”는 공허만 입장만 늘어놓고 있다.

주류 경제학에서 산업정책(IP)은 외면당했던 용어다. 국가가 특정 산업이나 기업에 대해 투자를 부추기고 보조금을 주는 발전 모델은 국가 주도 계획경제로서 자유시장경제와 배치되는 개념으로 이해됐기 때문이다. 반세기가량 산업화를 시도하던 중남미 국가들이 1980년대 외채 위기에 빠졌을 때 주류 경제학계는 이를 국가의 실패로 단정했다. 2010년대 중남미 국가들이 다시 산업화를 시도하자 재원 조달을 맡은 미주개발은행(IDB)은 IP라는 용어를 쓰지 않고 ‘생산개발정책’으로 에둘러 표현했을 정도다.

1994년 폴 크루그먼 당시 미 스탠퍼드대 교수는 ‘아시아 기적이라는 신화’라는 제목의 논문에서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국가들의 산업 발전 모델을 소련의 계획경제에 비유하며 신랄히 비판해 아시아 경제에 대한 핫머니의 집중 공격을 촉발하기도 했다. 그러나 오늘날은 가히 ‘산업정책의 미국 귀환시대’라고 불러도 지나침이 없을 것 같다.

즉, 주류 경제학은 시장 자율에 의한 무한경쟁이 허용돼야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혁신이 이뤄지고 산업이 발전한다고 믿는다. 따라서 바이든 행정부의 일련의 산업정책은 보수 정계는 물론 주류 경제학계의 호된 비난을 사고 있다. 니키 헤일리 전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지사는 중국 공산당과 같은 방식으로 중국을 이긴다는 것은 미국 번영의 근원을 망각한 것이라고 질타한다. 도널드 부드로 미 조지 메이슨대 교수도 시장 경쟁 과정을 생략한 산업정책은 축구 게임을 취소하고 게임의 승자와 패자를 전문가들이 앉아 결정해주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비꼴 정도다.

과연 바이든의 산업정책은 성공할 것인가. 그동안 미국의 싱크탱크와 학계가 내놓은 분석들에 따르면 성패 가능성은 반반이다. 이 중 미국의 피어슨국제경제연구소(PIIE)는 ‘미 산업정책 50년 평가보고서’에서 18개의 주요 산업정책 사례를 글로벌 경쟁력 향상 여부, 비용 대비 고용창출 효과, 기술 진보 여부를 기준으로 분석했다. 그 결과 철강 섬유 등 재래식 산업을 보호하려는 의도에서 비롯된 산업정책은 대체로 실패한 반면, 군사기술을 포함한 연구개발(R&D)이 주목표였던 정책은 다수가 성공한 것으로 평가됐다. 이 보고서에서 주목을 끄는 것은 도요타자동차나 대만 반도체 기업인 TSMC 등 세계적인 외국 기업들의 미국 내 투자를 유도할 목적으로 펼친 미국의 산업정책이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는 대목이다.

이 같은 평가 선상에서 더 우려스러운 것은, 바이든의 산업정책이 결국 투자자본의 미국 집중으로 이어져 탈글로벌화를 촉진하고 더 나아가 신기술 발명의 국제적 확산을 막을 수 있다는 점이다. 이는 개방경제인 한국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 시나리오다. 2018년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시작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대중 무역전쟁이 당시 선거를 넘어 심화했듯이 바이든 정부의 산업정책을 앞세운 대중 기술전쟁은 선거 결과와 관계없이 지속될 추세여서 우리의 고민은 깊어만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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