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 D23 엑스포' 둘째날인 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 애너하임컨벤션센터. 루카스필름의 내년 발표작을 팬들에게 소개하는 자리에서 80세 배우 해리슨 포드가 무대 위에 오르자 '인디아나존스' 5편을 기다려왔던 팬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기립박수를 쳤다. 포드는 팬들의 열정적인 환호에 울먹이며 "이 놀라운 영화를 만들 수 있어 감사하다. 이번이 마지막 출연이다"라고 화답했다.
디즈니 '덕후'들이 미국 전역에서 모여들어 자신의 깊은 팬심을 보여주는 축제의 자리였다. 월트디즈니컴퍼니(이하 디즈니)의 상징과 같은 디즈니랜드 옆 애너하임컨벤션센터에서 지난 9~11일(현지시간) 3일 동안 개최된 '디즈니 D23 엑스포'는 디즈니가 격년으로 개최하는 팬행사다. 내년 디즈니 창립 100주년을 기념해 올해는 더욱 성대하게 치러졌다.
특히 코로나19 대유행으로 한 해를 거르고 3년 만에 치러진 이번 D23 엑스포에는 오랫 동안 기다린 팬들의 열정이 더 크게 담겼다. 팬들은 저마다 자신이 좋아하는 콘텐츠의 캐릭터의 복장을 입은 코스프레를 하며 자신의 팬심을 뽐냈다. 마블의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에 등장하는 주인공 피터 퀼로 완벽하게 분장한 시니스터 프롭즈는 "3년 동안 이날만 기다렸다"며 "행복한 마음으로 축제를 즐기고 있다"고 말했다. 어벤저스 주요 히어로들로, 겨울왕국의 등장인물들로 코스프레 한 채 단체 사진을 찍는 무리들도 눈에 띄였다.
이 행사는 디즈니의 사업모델의 핵심인 콘텐츠-테마파크-캐릭터 상품으로 이어지는 선순환구조를 보여주는 결정판이기도 했다. 수천명의 팬들이 새벽 5시부터 줄을 서서 입장을 기다리는 열정적인 팬심은 디즈니의 콘텐츠에서 시작된다. 디즈니, 마블, 루카스필름, 픽사, 20세기스튜디오 등의 영화 스튜디오에서 제작한 콘텐츠를 본 사람들은 팬이 된다. 영화 속 한 장면을 그대로 구현한 디즈니랜드와 같은 테마파크에서 경험을 하며 팬심은 더욱 깊어지고 이는 캐릭터 상품 구매로 이어진다.
D23 행사장에서 디즈니 스튜디오에서 내놓을 차기작들을 공개하는 자리에서 많은 팬들은 2시간여 높은 소리로 환호성을 지르며 팬심을 아낌 없이 뽐냈다. 이렇게 열정적인 팬들은 행사장 한켠에 마련된 '디즈니 D23 마켓플레이스'를 들어가기 위해 긴 줄을 서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다. 30분~1시간 이상 긴 기다림 끝에 입장한 팬들은 저마다 자신이 추종하는 캐릭터의 상품을 양손 가득히 들고 흐뭇한 표정으로 결제했다.
또 컨벤션센터 옆 테마파크에서는 영화 속 주인공들을 실제로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디즈니 캘리포니아 테마파크에 조성된 어벤저스 캠퍼스에서는 스파이더맨이 영화 속에서처럼 하늘 높이 점프해 옆 건물로 날아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로 하늘을 나는 것은 사람이 아니라 로봇이다. 상상을 실제로 구현하는 기술이란 뜻을 가진 '이미지니어링' 팀은 이를 위해 로봇으로 오랜 기간 실험한 뒤 이를 실제로 구현해냈다. 옆 테마파크 디즈니랜드에선 스타워즈의 세트장을 옮겨온 것 같은 공간에서 우주선 놀이기구를 타며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된다.
밥 체이펙 디즈니 CEO가 "디즈니는 세계 어느 기업과도 비교할 수 없는 마법의 엔터테인먼트를 만들어내고 있다"고 했던 말을 눈으로 확인한 현장이었다.
애너하임=서기열 특파원 philos@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