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 구글은 한동안 직장인 사이에서 ‘꿈의 직장’으로 통했다. 사업 규모나 성장성, 연봉 수준 때문만이 아니다. IT 기업이 ‘직원 복지 경쟁’을 벌이기 한참 전부터 직원들이 근무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기 위해 애썼기 때문이다. 사내엔 요리사가 상주하는 구내식당을 비롯해 피트니스센터, 어린이집 등을 뒀다. 직원들에게 각종 명상·교육 프로그램도 제공했다. 직원이 사무실로 출근한 뒤엔 오롯이 일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였다. 많은 기업이 구글을 모범 사례로 삼아 비슷한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그러다 외부 환경이 송두리째 바뀌었다. 전 세계에 코로나19가 확산해 한동안 직원들이 사무실 출근을 할 수 없었다. 최근 코로나19가 엔데믹을 향해 가고 있지만 근무 형태는 과거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최근 한국을 방문한 애니 탬플링 구글 아시아태평양지역 인사(HR) 디렉터는 한국경제신문과 만나 “세계 기업들이 모두 전에 없던 변화를 겪고 있는 것”이라며 “구글 또한 큰 전환기를 겪으면서 어떤 업무 방식이 좋은지 꾸준히 실험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글은 ‘포스트 코로나’ 업무 방식으로 ‘하이브리드 모델’을 쓰고 있다. 1주일 중 사흘은 사무실에 출근해 일하고, 이틀은 집이나 카페, 공유오피스 등에서 원격 근무를 하는 식이다. 직원 개개인의 상황에 맞게 업무 방식의 유연성도 늘렸다. 직원이 원한다면 주 5일을 사무실에 출근해도 된다.
1년 중 4주간은 ‘어디서든 일하는 기간’으로 쓸 수도 있다. 서울 오피스로 출근하던 직원이 4주간 제주도에서 한달살기를 하면서 일을 할 수 있다는 얘기다. 탬플링 디렉터는 “사무실 출근과 원격근무 양쪽의 장점을 살리기 위해 하이브리드 방식을 채택했다”고 말했다. 그는 “재택 중엔 직원이 좀 더 편안하게 느끼는 공간에서 집중해 일을 처리할 수 있고, 출퇴근 시간도 따로 들지 않는다”며 “반면 사무실 근무는 직원들끼리 보다 쉽게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과정에서 엄청난 시너지 효과가 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동료 간 유대감과 신뢰감을 키우기에도 대면 근무가 좋다는 게 템플링 디렉터의 설명이다.
서로 다른 근무 방식을 섞으면 단점도 함께 겪기 마련이다. 탬플링 디렉터는 “근무 체계와 각종 직원 프로그램을 설계 시점부터 ‘의도적’으로 만든다”고 강조했다. 사소한 상황이라도 매 순간 의미를 부여해 짠다는 얘기다. 원격근무 기간 직원들에게 지나친 통제를 가하지 않은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구글은 ‘직원 개개인의 삶 전체를 존중한다’는 분위기를 확실히 키우고자 했다. 20분 이상 키보드 입력이 없으면 알림을 띄우거나, 직원의 가족이 웹캠에 등장하는 일을 금지한 일부 기업과는 대조적이다. 탬플링 디렉터는 “직원들은 최고의 환경에서 최고의 성과를 내는 법”이라며 “새로운 업무 방식 실험을 통해 얻는 교훈을 끊임없이 반영하고 있다”고 여러 차례 말했다.
“구글은 이미 ‘A급’ 일터인데 계속 노력해야 하는가”라고 묻자 “현실엔 100점이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 탬플링 매니저는 “직원과 기업 간 신뢰 관계를 쌓는 것은 단순히 한순간의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라며 “발전할 여지는 언제나 어디에든 있기 때문에 구글은 끊임없이 직원과 대화하고 피드백을 받아 업무 문화를 개선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