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같은 아파트에 사는 10대 여학생을 흉기로 위협해 납치하려던 40대 남성의 구속영장을 기각해 논란이 되고 있다.
10일 경기 고양경찰서 등에 따르면 미성년자 약취 미수 등 혐의를 받는 A씨(42)에 대해 경찰이 신청한 구속영장을 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이 기각했다.
재판부는 “재범과 도주의 우려가 없다”며 기각 사유를 설명했다. 경찰은 피해자에 대한 보호 조치하며 A씨에 대한 구속영장 재신청을 검토하고 있다.
A씨는 지난 7일 오후 고양시 한 아파트에서 엘리베이터에 탄 10대 여학생인 피해자를 흉기로 위협해 꼭대기 층까지 강제로 데려가는 등 납치하려 한 혐의를 받는다.
A씨는 엘리베이터가 멈춘 꼭대기 층에서 다른 주민과 마주치자 도망갔다가 신고받고 출동한 경찰에 의해 아파트단지 주차장에서 검거됐다.
A씨는 수사 과정에서 단지서부터 피해 학생을 노리고 뒤쫓아간 정황이 드러났다. A씨는 일반 회사에 재직 중인 직장인이고 체포 당시 음주, 마약 검사에서도 음성이 나와 심신미약 정황도 없었다.
한편 피해 학생과 가족들은 A씨의 석방에 불안과 공포를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에게 법원이 구속영장을 기각한 사유에 대해 들어봤다.
Q. 구속 사유는 어떻게 되나요
A. 형사소송법 제70조에 나와 있는데요. 첫째, 피의자가 죄를 범하였다고 의심할 만한 타당한 이유가 있어야 합니다.
피의자는 피해자를 따라 흉기를 들고 승강기를 타 피해자를 옥상으로 약취하려다 주민과 마주쳐 도망을 간 것으로 드러났고 이와 관련된 CCTV도 확보되었습니다.
미성년자 약취유인죄에 대한 범죄 소명은 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Q. 그 외 또 어떤 요건이 필요한가요?
A. 일정한 주거가 없거나,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는 때, 혹은 도망하거나 도망할 염려가 있는 때입니다.
위 구속 사유를 범죄의 중대성, 재범의 위험성, 피해자 및 중요 참고인 등에 대한 위해 우려 등을 고려하여야 합니다.
Q. 법원은 왜 구속영장을 기각했나요?
A. 법원은 "재범과 도주 우려가 없고, 피해자에 대한 위해 우려도 없다"며 기각 사유를 밝혔습니다.
Q. 구속영장 기각으로 피해자 측에서 불안을 호소하고 있다고 하는데.
A. 직접 사건을 담당하지 않는 제3자 지위에서 판사에 대한 비난은 자제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나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판결에 대한 비판은 신랄하게 해야 합니다.
법원은 재범과 도주 우려가 없고, 피해자에 대한 위해 우려도 없기 때문에 구속영장을 기각했다고 하는 데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기록을 다 보지 못해 조심스럽지만 법원의 판단 이유를 그대로 따라가 보겠습니다. 첫째, 재범 위험성이 없다고 판단했는데요.
미리 준비한 흉기를 들고, 피해자와 함께 승강기에 같이 탑승한 점을 고려하면 우발적인 범죄가 아니라 치밀하게 범죄를 계획했다는 점에서 재범의 위험이 없지 않다고 보입니다.
저의 경험칙상 드러난 범죄가 이번이 처음이지 그전에 발견되지 않아 확인 안 된 범죄가 있는 유형의 범죄가 바로 이런 유형의 범죄입니다.
다음으로 피의자가 피해자를 특정해 따라갔다는 점, 같은 아파트에 살고 있다는 점에서 피해자의 우려가 없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말씀도 드리고 싶습니다.
결론적으로 법원이 영장을 기각한 여러 사정이 있겠지만 미성년 피해자를 대상으로 흉기를 들고 납치하려고 한 것이 사실이라면 그것만으로 "범죄가 중대"해 "도망 우려가 있다"고 판단해도 무방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