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완성차 업체들이 차량용 배터리 쟁탈전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대규모 배터리 투자 계획을 발표한 도요타자동차와 혼다에 이어 닛산자동차가 자국 배터리 업체를 100억엔(약 960억원)에 인수한다.
닛산자동차는 일본 배터리 제조회사인 비히클에너지재팬을 인수한다고 8일 발표했다. 히타치제작소의 차량용 배터리 자회사로 출발한 이 회사는 2019년 일본의 민관 투자펀드인 INCJ(옛 산업혁신기구)에 인수됐다.
닛산은 INCJ가 보유한 최대주주 지분 47%와 비히클에너지재팬이 새로 발행하는 신주를 사들여 내년에 자회사로 편입할 계획이다. 총투자금액은 100억엔 정도라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전했다.
비히클에너지재팬의 세계 배터리 시장 점유율은 1% 미만이다. 하지만 하이브리드 차량용 리튬이온 배터리 점유율은 10%로 세계 5위다. 매출의 50% 이상을 닛산에 의존하고 있다. “닛산이 전기차 전환 이전의 과도기형 모델인 하이브리드카 시장을 사수하려는 전략”이라고 이 신문은 분석했다.
닛산의 비히클에너지재팬 인수로 일본 3대 완성차 업체가 모두 차량용 배터리 확보 경쟁에 뛰어들었다. 전기차 시대를 맞아 배터리 확보가 자동차 업체들의 최대 과제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세계 최대 자동차 기업인 도요타자동차는 전기 자동차용 배터리 생산능력을 늘리기 위해 미국과 일본에 총 7250억엔을 투자한다고 지난달 31일 발표했다.
일본 2위 완성차 업체인 혼다도 지난달 말 LG에너지솔루션과 미국에 44억달러(약 6조760억원)를 투자해 전기차용 배터리 공장을 신설한다고 밝혔다. 중국에서도 현지 합작업체 두 곳과 이달에 전기차 배터리를 조달하는 합작회사를 설립하기로 했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경쟁으로 자동차용 배터리 시장이 양분화하는 것도 일본 자동차 업체들이 배터리 확보를 서두르는 요인이라고 요미우리신문은 전했다. 미국 등 주요국이 배터리 공급망에서 중국을 배제할 움직임을 보이자 글로벌 기업들은 미국과 중국의 생산체제를 분리하는 ‘블록화’ 전략을 서두르고 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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