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이) 예전같지는 않죠. 여러가지 삐걱거립니다. 그래도 어떡합니까. (연극을) 좋아하니까, 끝까지 책임지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얼마전 개막한 연극 '두 교황'에 주인공 '베네딕토 16세'로 출연 중인 배우 신구(86)는 8일 서울 서초동 한전아트센터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이 같이 말했다.
'두 교황'은 자진 퇴위로 바티칸을 뒤흔든 교황 베네딕토 16세와 그 뒤를 이은 교황 프란치스코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넷플릭스 영화로도 만들어져 전세계에서 화제가 된 바 있다.
앞서 1962년 연극 '소'를 통해 데뷔한 신구는 올해로 연기인생 60주년을 맞았다. 기나긴 연기 인생 만큼 지긋한 나이가 때론 발목을 붙잡기도 했다. 지난 3월 연극 '라스트세션'에 출연 중 건강 악화로 병원에 입원하면서 갑자기 캐스팅이 변경됐다. 신구는 "나름대로 건강을 잘 유지하며 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느닷없이 아프게 돼 놀랐다"며 "지금은 약 잘 챙겨먹고 그런대로 견디고 있다"고 말했다.
'두 교황'은 교황 베네딕토 16세와 교황 프란치스코 두 인물이 이끌어가는 사실상 2인극이다. 그만큼 대사와 연습 부담이 만만치않다. 신구는 "사실 부담이 된다"며 "작품을 보고 욕심이 나서 선뜻 출연을 결심했는데, 막상 대본을 보니 너무 어려울 것 같아 고민이 됐다"고 털어놨다. 이어 "연습을 하면서 하나하나 고민들을 해결해가고 있고, 공연 끝날 때까지 열심히 부족한 부분을 채워나가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인터뷰에 동석한 배우 정동환(교황 프란치스코 역)은 "(신구와 같은) 이 나이에 연습실에 나와 같은 장면을 두번, 세번 연습하는 의욕과 열정이 있는 분들이 많지 않다"며 "굉장히 존경스러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신구는 현재 연기 중인 베네딕토 16세와 본인이 닮은 점이 많다고도 했다. 그는 "개인적으로 내성적이고, 뒤로 물러나 있는 모습 등이 작품 캐릭터와 많이 닮아 있다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신구는 작품 속 베네딕토 16세와 같은 나이다.
건강이 허락한다면 연극 무대에 계속 오를 것이란 열정도 드러냈다. 신구는 "체력적으로 한계를 느끼고, 이젠 대작을 한다는 게 쉽지만은 않다는 걸 느끼고 있다"면서도 "이번이 마지막 작품이라고 정해놓고 싶진 않다"고 말했다. 이어 "기회가 오고 건강이 계속 따라준다면 새로운 작품에 계속 참여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연극하는 사람이라면 전부 그렇겠지만, 연극을 일종의 소명이라고 생각하고 살아 왔습니다. 선호의 문제가 아니고요, 생명하고도 같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공연은 다음달 23일까지 서울 서초동 한전아트센터에서.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