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중(雨中) 골프’는 힘들다. 몸도 젖고, 그립도 젖는다. 시야가 흐릿해지고 비거리도 줄어든다. 그린 상태도 갑자기 바뀐다. 그러니 평소보다 10타를 더 치는 건 당연한 일이다.
대다수 골퍼는 비가 오면 비거리가 줄어든다고 믿는다. 정말 그럴까. 비와 수증기는 실제 골프공의 비행을 방해하는 요인일까. 전문가들은 “큰 영향은 없다”고 말한다.
답은 질량과 속도가 만들어내는 ‘모멘텀 양(운동량)’에 있다. 스포츠과학전문가인 마크 스미스는 골프공의 모멘텀 양과 빗방울의 모멘텀 양을 비교했다. 45.9g짜리 골프공은 출발할 때 초속 70m로 날아간다. 빗방울은 평균 질량이 0.008g인데 초속 4.75m로 내린다. 가볍고 천천히 내리는 빗방울은 무겁고 빠르게 뻗어나가는 골프공의 속도를 기껏해야 초속 0.013m밖에 못 줄인다. 빗방울의 질량과 속도를 두 배 높여 ‘거센 비’가 내리는 걸로 바꿔도 공의 속도는 0.03m 줄어드는 데 그친다. 골프를 칠 수 없을 정도의 폭우가 아닌 이상 비는 공의 탄도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얘기다.
흥미로운 건 습도가 높아지면 비거리가 오히려 늘어난다는 점이다. 습도가 높다는 건 공기 중에 수분 비율이 높아지고 질소와 산소 비율은 떨어진다는 걸 의미한다. 수분의 무게는 질소, 산소보다 가볍다. 습도가 높아지면 공기의 밀도가 낮아지는 만큼 공이 날아갈 때 대기의 저항력이 떨어진다는 걸 의미한다.
그렇다면 ‘비가 내리면 비거리가 줄어든다’는 건 골퍼들의 변명일 뿐일까. 스미스는 “비 때문에 비거리가 줄어들지는 않지만, 우천에 따른 파생 변수 때문에 거리가 감소할 수는 있다”고 설명한다. 비가 오면 페어웨이에 물이 고여 공이 덜 구르게 되고, 결과적으로 비거리가 줄어든다는 것.
골퍼들의 복장도 비거리 감소에 한몫한다. 두껍고 무거운 비옷이 골퍼의 움직임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스윙 스피드가 떨어지면 비거리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결정적인 변수는 바람이다. 비는 통상 바람을 동반한다. 빗방울이 아닌 비바람이 비거리의 가장 큰 적이란 얘기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