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에서 화성까지 탐사한다.’ 한국과 미국, 영국, 캐나다 등 21개국이 13년간 117조원을 투입한 글로벌 초대형 우주 탐사 프로젝트 ‘아르테미스’를 미 항공우주국(NASA)이 설명하는 수식어다. 미국 등은 아르테미스 프로젝트를 통해 달과 지구의 공전 궤도 부근에 자리하는 달 우주정거장 ‘루나 게이트웨이(LOP-G)’를 건설하고 달과 화성을 탐사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중국과 러시아도 2027년으로 달 연구기지(ILRS) 건설을 앞당겨 추진하는 등 ‘심(深)우주 탐사’를 둘러싼 ‘신(新)냉전 구도’가 본격화하고 있다.
아르테미스 1호 4일 새벽 첫 발사
NASA는 4일 오전 3시17분(한국시간) 로켓 ‘SLS’를 발사한다. 지난달 29일 발사 예정이었지만 두 차례 연기된 끝에 ‘아폴로 프로젝트’ 이후 50여 년 만에 달 탐사 도전이 재개되는 것이다. 두 개의 고체 부스터와 1·2단 로켓으로 구성된 SLS는 높이 98m, 무게 2500t, 엔진 추력 4200t급의 초대형 발사체다. 미국 뉴욕 자유의 여신상(높이 93m)보다 크고, 아폴로 프로젝트로 달에 사람을 보낸 로켓 ‘새턴5’의 엔진 추력(3460t급)보다 20% 이상 강력하다.로켓 SLS가 임무를 다하면 우주선 ‘오리온’이 분리돼 달로 향한다. 38만㎞를 날아가 달의 남극과 북극 지방을 중심으로 6일간 공전하고 지구로 돌아온다. 총 임무 기간은 42일, 비행거리는 210만㎞에 달한다. 아르테미스 1호는 사람이 탑승하지 않는 무인 탐사 임무다. 초도 비행에 성공하면 2024년 5월 아르테미스 2호 발사를 통해 우주비행사 4명이 탑승, 달 궤도를 돌고 온다.
2025년 11월에는 아르테미스 3호 발사로 달 착륙을 시도한다. 총 4명의 우주비행사가 지구를 떠나 이 중 2명이 달에 착륙한다. 이들은 총 1주일(6.5일) 동안 달 표면에서 임무를 수행한 뒤 발사 30일째에 지구로 귀환할 예정이다.
아르테미스 핵심은 ‘달 우주정거장’
사람을 달에 착륙시켜 장시간 연구하기 위해 필요한 핵심 시설이 달 우주정거장이다. 2개의 승무원 거주 모듈과 과학 실험 모듈, 도킹 모듈, 외부 로봇 팔 등으로 구성된다. 동시에 4명의 우주비행사가 최대 3개월까지 머무를 수 있게 설계됐다. 2024년 11월 첫 모듈인 전기추진부(PPE)가 미국 우주기업 스페이스X의 로켓 팰컨 헤비에 탑재돼 달로 향한다.아르테미스 3호부터 5호까지 예정된 달 탐사에는 민간 기업이 적극 참여한다. 달 우주정거장에서 필요한 물자를 보급받은 뒤 얼음 형태로 물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달 남극 지역을 탐사한다. 2030년부터는 달 우주정거장을 출발해 화성으로 향하는 프로그램도 예정돼 있다.
한국은 최근 발사한 달 궤도선 ‘다누리’를 통해 아르테미스 프로젝트 착륙 예정지를 관측하며 협력할 계획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지난달 달 착륙선 개발사업 공청회를 열고 계획안을 공개했다. 계획안에 따르면 한국은 1.8t급 달 착륙선을 2024년부터 2032년까지 총 6184억원을 투입해 독자 개발한다. 발사 시점은 2031년이다.
중·러, 달 기지 건설 8년 앞당겨
아르테미스 프로젝트로 인해 중국과 러시아의 달 탐사에도 불이 붙었다. 최근 중국국가항천국(CNSA)은 러시아 연방우주공사(로스코스모스)와 진행 중인 달 우주기지 건설 시기를 2027년으로 수정해 발표했다. 중국이 작년 6월 공개한 우주 개발 계획보다 8년이나 앞당겼다.세계적으로 우주 탐사 열기가 뜨거워지는 배경에는 달에 매장된 희귀 자원이 있다. 달에는 희토류와 헬륨-3가 풍부하다. 희토류는 반도체 2차전지 등 첨단 제조 산업에 필수 물질이다. 헬륨-3는 핵융합에 사용되는 물질로 지구에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강성주 국립과천과학관 연구사는 “희토류와 헬륨-3 등으로 달의 가치가 몇 년 사이 재발견되고 있다”고 했다.
김진원 기자 jin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