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현 금융위원장(사진)은 국내 금융산업 성장을 위한 최우선 과제로 ‘디지털 혁신’을 제시했다. 한국에서 세계적인 금융회사가 쏟아져 나올 수 있도록 낡은 규제를 개혁하고 금융산업의 새 판을 짜겠다는 구상이다.
김 위원장은 1일 서울 장충동 반얀트리호텔에서 열린 한경 밀레니엄포럼 기조강연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그는 “우리 경제의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는 것도 중요하지만 장기적인 성장 능력과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전략 정책이 필요한 때”라며 “금융시장을 업그레이드하고 민간 부문의 성장을 지원하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했다.
이를 위해 과감한 규제 혁신을 추진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현재의 금융 관련 법령은 대부분 아날로그 시대에 제정됐다”며 “법체계가 금융산업의 디지털화를 뒷받침하려면 제도적인 보완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금산분리와 같은 낡은 원칙에 얽매이지 않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김 위원장은 “일각에선 정부가 금산분리를 깨려고 한다는 비판이 나오는데 금산분리 완화 자체가 금융위의 목적은 아니다”며 “금산분리를 지켜야 한다는 원칙이 금융의 디지털화를 가로막아선 안 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산업에선 업종 간 경계가 희미해지는 ‘빅블러’ 현상이 가속화하고 있지만 ‘칸막이’가 높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전업주의가 대표적 칸막이 규제로 꼽힌다. 전업주의는 은행 증권회사 보험회사 등이 고유의 업무만 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제다. 김 위원장은 전업주의를 완화해 플랫폼 금융 서비스를 활성화할 계획이다. 예컨대 은행은 디지털 유니버설 뱅크로, 보험은 헬스케어 금융 플랫폼으로 거듭나도록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균형 성장’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빅테크에 기울어진 운동장의 균형을 맞추겠다는 것이다. 그는 “빅테크의 영향력과 독점력이 점점 커지고 있다”며 “빅테크와 기존 금융사에 대한 규제는 비슷한 수준으로 적용돼야 한다”고 했다. 이어 “빅테크에 대해 적절한 모니터링과 감독, 규제가 이뤄지고 있는지 살펴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은 금융 감독 행정의 쇄신에도 각별히 신경 쓰겠다고 했다. 금융 관련 신사업 인허가를 신속하게 처리하고, 제재 대상 금융회사의 반론권을 강화할 예정이다. 디지털 혁신 촉진의 기반이 되는 데이터 인프라 구축과 강화에도 속도를 내겠다고 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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