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생은 국가적 재난입니다. 서로 다른 종교를 가진 민족대표 33인이 3·1운동 때 한마음으로 뭉쳤듯이 저출생 대응에도 모든 종교가 힘을 모아야 합니다.”
30일 서울 노량진동 CTS기독교TV 본사에서 만난 감경철 회장(79·사진)은 지난 24일 저출생대책국민운동본부를 출범시킨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감 회장이 본부장을 맡은 이 본부는 저출생 문제 해결을 위한 종교·시민·사회·교육단체 모임이다. 이날 출범식에는 불교, 원불교 등 다른 종교계 인사들도 참석했다.
감 회장은 “부모들에게 돈을 주는 방식으론 저출생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온 사회가 힘을 합쳐 자녀 보육과 교육 부담을 덜어줘야 저출생 문제가 풀릴 수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감 회장은 “지금 우리 사회는 남성 육아휴직이나 양질의 돌봄기관이 부족해 일·가정 양립이 힘들다”며 “아이를 낳으면 엄마는 ‘경단녀(경력단절여성)’가 되기 십상이니 결혼과 출산을 기피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어 “맞벌이 부모는 사실상 조부모에게 손을 벌려야 한다”며 “손자가 한 명이면 가능할지 몰라도 그 이상은 어렵다”고 했다. 저출생의 원인이 개인에게 있는 게 아니라 사회적 상황이 만든 결과라는 의미에서 본부 이름도 ‘저출산’이 아니라 ‘저출생’으로 정했다.
저출생대책국민운동본부는 해법으로 ‘전국 종교시설에 돌봄센터를 갖추는 방안’을 제안했다. 목표는 5000곳으로 잡았다. 감 회장은 “주일에만 전체 공간을 쓰고 평일에는 텅텅 남아도는 교회가 많다”며 “다른 종교도 전국에 있는 시설을 활용해 보육, 교육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지금도 도서산간 지역에선 종교시설이 다문화 교육, 지역 아동 돌봄을 위한 거점 역할을 해내고 있다.
그는 “돌봄센터는 단순히 아이들이 시간을 때우는 공간이 돼서는 안 된다”고 했다. “어느 부모가 자기 아들딸이 ‘학원 뺑뺑이’를 돌거나 무의미하게 시간을 죽이는 걸 원하겠습니까. ‘믿고 맡길 수 있는’ 기관이 있다면 이런 문제는 저절로 해결될 거예요. 종교시설 돌봄센터가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봅니다. 여기에서 코딩교육과 문화교육을 펼치는 거죠.”
감 회장은 “종교시설 돌봄센터가 자리 잡으려면 철저한 안전관리와 전문성 있는 교사가 필요하다”며 “사회는 아이들을 빈틈없이 지원하고, 그렇게 자란 아이들이 사회에 필요한 인재로 성장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이를 위한 제도 정비도 필요하다고 했다. 종교시설에 영유아부터 학령기 아이들까지 아우르는 돌봄센터를 세울 법적 근거가 분명하지 않아서다. 초등학교 돌봄교실은 교육부 고시와 지침에 따라 운영되고, 저소득층 아동을 위한 지역아동센터는 보건복지부 소관 영유아보육법에 근거를 두고 있다. 감 회장은 “‘온종일 돌봄’을 위한 법제화를 촉구하고 국민 홍보 운동을 벌일 계획”이라고 했다.
감 회장은 2000년부터 CTS기독교TV를 이끌고 있다. 30대에는 광고회사를 경영했다. 기독교인이자 기업인으로 살아오던 그는 외환위기 이후 파산 위기에 놓였던 기독교텔레비전(현 CTS기독교TV)의 소방수로 투입됐다. 이후 현재의 노량진 멀티미디어 센터를 건립하는 등 경영 정상화를 이뤘다.
그는 교육에도 오랫동안 관심을 기울였다. 전국 기독교 대안학교를 직접 둘러본 뒤 <숲을 꿈꾸며 밀알을 심다> 1·2권을 썼다. 감 회장은 “우리 사회가 지속 가능하게, 더불어 살아가기 위해 종교도 교육에 힘을 보태야 한다”고 말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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