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A씨는 2017년 신혼여행 중 호텔에서 아내를 살해한 뒤 아내가 우울증으로 자살했다며 1억5000만원의 사망보험금을 청구했다. 같은 해 보험금 14억원을 타내기 위해 자녀가 아버지를 바다에 빠뜨려 숨지게 한 뒤 익사 사고로 위장한 사건도 발생했다.
29일 금융감독원이 최근 10년간 고액(1억원 이상) 사망보험금을 노린 보험사기 사건 31건을 분석한 결과 10건 중 6건은 이처럼 가족을 상대로 저지른 범죄인 것으로 드러났다. 가해자가 피해자의 배우자인 사례가 44.1%로 가장 많았다. 부모(11.8%), 자녀(2.9%), 형제자매(2.9%) 등을 합하면 가해자가 피해자와 가족관계인 비율이 61.8%에 달했다. 내연관계와 지인, 채권관계 비율은 각각 8.8%였다.
가해자의 직업을 살펴보면 무직, 일용직 등 특정한 직업이 없는 경우가 26.5%로 가장 많았다. 연령은 60대 이상 35.5%, 50대 29%로 주로 고연령층에서 이런 범죄가 발생했다. 가해자의 특징은 ‘특정한 직업이 없으면서 50대 이상인 피해자의 가족’으로 요약된다. 범죄 수법의 경우 흉기·약물 살해(38.7%), 추락사 등 일반 재해사고 위장(22.6%), 차량 추돌 등 교통사고 위장(19.4%) 등 순이었다.
사망사고 피해자는 회사원과 주부(각각 22.6%), 서비스업(16.1%), 자영업(9.7%) 등 평범한 계층이 대다수를 차지했다. 50대 이상이 58%에 달하는 등 가해자에 이어 피해자도 고연령층이 주를 이뤘다. 피해자 성비는 남성(64.5%)이 여성(35.5%)보다 높았다.
금감원에 따르면 피해자는 평균 3.4건의 보험계약(월 보험료 62만원)에 가입돼 있었다. 5건 이상 가입한 사례가 22.6%였고, 20건에 가입한 사례도 있었다. 단 1건의 보험만 가입한 사례는 38.7%였다. 평균 사망보험금은 7억8000만원이었다. 10억원 이상의 보험금이 지급(청구)된 경우도 22.6%에 달했다. 피해자는 보험에 가입하고 평균 158일 뒤에 사망했다.
금감원은 ‘보험범죄 정부합동대책반’을 통해 고액 사망보험금을 노린 보험사기 조사와 적발을 강화하기로 했다. 보험사들도 신용정보원에 계약 정보 조회 등을 통해 타사의 사망보장 한도를 확인한 뒤 과도한 다수 보험 가입을 사전에 차단하는 등 계약 인수 심사를 꼼꼼히 할 계획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보험사기 의심 사례를 알게 되면 금감원 또는 보험사 보험사기신고센터에 적극적으로 제보해달라”고 말했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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