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과 상호금융 등 금융회사 임직원들이 지난 6년간 1700여억원을 횡령한 것으로 집계됐다. 누적액 기준 횡령 규모가 가장 큰 곳은 은행이었다. 횡령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한 금융사의 임원들이 사고가 발생한 해에도 거액의 연봉과 성과급을 받아 금융권의 도덕적 해이가 심각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9일 금융감독원이 국회 정무위원회 양정숙 무소속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7년부터 올해 8월까지 78개 금융회사에서 총 327회, 1704억원의 횡령 사고가 발생했다. 2017년 144억원에서 2018년 112억원으로 잠시 줄었지만 2020년 177억원, 지난해 261억원 등 횡령 사고로 인한 피해액은 증가세다. 올해는 우리은행 직원의 700억원대 횡령 사건까지 터지면서 8월까지 집계된 횡령액만 876억원에 이른다.
횡령액이 가장 큰 금융권은 은행으로 894억원에 달했다. 이어 상호금융 256억원, 자산운용 167억원, 저축은행 149억원 순이었다. 임직원 횡령 사고가 가장 빈번하게 발생한 금융권은 신협 단위농협 수협 등 상호금융사로 지난 6년간 총 136건을 기록했다. 개별 금융사 중 단위농협, 신협 등에선 2017년부터 올해까지 한 해도 거르지 않고 횡령 사고가 발생했다.
최근 6년간 3회 이상 횡령 사고가 발생한 은행 보험 상호금융 등 11개사 등기임원은 이 기간 642억원에 달하는 연봉과 성과급을 받았다. 2017년엔 68회에 걸쳐 144억원의 횡령 사고가 터졌는데도 해당 은행 등 등기임원은 연봉과 상여금으로 총 91억원을 챙겼다. 261억원의 횡령 피해가 발생한 작년에도 등기임원은 168억원을 수령했다.
양 의원은 “똑같은 금융회사에서 횡령 사고가 매년 반복적으로 불거지는 것은 재발 방지책이 없다는 방증”이라며 “횡령 사고의 직접적인 책임이 있는 경영진이 사고가 발생한 해까지 고액 연봉과 상여금을 챙긴 것은 금융계의 고질적인 도덕적 해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지적했다.
금융위원회와 금감원은 반복되는 금융권 횡령 사고를 근절하기 위해 최근 ‘금융권 내부통제 제도 개선 태스크포스’를 꾸려 금융권 전반의 내부통제 제도 개선을 종합적으로 논의 중이다.
이소현 기자 y2eon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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