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가 30일 발표한 내년도 예산안엔 노인·장애인·한부모가정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현금성 지원을 강화하는 내용이 상당수 포함됐다. 재정건전성 회복을 위해 불필요한 재정 지출은 줄이면서도, 코로나19와 인플레이션으로 상대적으로 큰 고통을 받고 있는 취약계층은 보다 두텁게 보호하겠다는 취지다.
정부는 우선 월 최대 기초연금 지급액을 현재 30만7500원에서 32만1950원으로 1만4450원(4.7%) 인상하기로 했다. 이는 물가 상승률을 반영해 매년 지급액을 올리도록 규정한 기초연금법에 따른 것으로, 기초연금을 단계적으로 월 40만원까지 올리겠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과는 무관하다.
기재부 관계자는 "4.7%의 상승률은 정부가 지난 6월에 발표한 올해 물가 상승 전망치"라며 "내년 초 통계청이 내놓을 공식적인 올해 물가 상승률이 4.7%보다 높으면 기초연금도 추가적으로 인상된다"고 설명했다.
만 18세 이상 중증장애인에게 지급되는 장애인연금도 기초연금과 같이 내년부터 지급액이 월 30만7500원에서 32만1950원으로 인상된다. 기초생활수급·차상위 계층에 속하는 경증장애인이 받는 '장애수당'은 2015년 이후 처음으로 월 4만원에서 6만원으로 오를 예정이다.
정부는 한부모가정에 대한 지원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중위소득 52% 이하인 한부모 가정에 매달 20만원씩 지급해온 양육비 지원은 지급 대상을 중위소득 60%까지 넓히기로 했다. 월 35만원씩 양육비를 지원해온 '청소년한부모' 가정에 대해서도 양육비 지원금 지급 기준을 중위소득 60% 이하에서 65% 이하로 확대할 예정이다.
아동양육시설, 공동생활가정, 가정위탁 등의 시설보호가 종료된 이후 자립한 18세 이상 청년에게 지급되는 '자립수당'은 지급액이 현재 월 30만원에서 40만원으로 인상된다. 지급 대상도 현재 1만명에서 1만2000명으로 확대하겠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정부는 또 건강보험에 가입한 자립준비청년의 의료비 본인부담금을 지원하는 사업도 내년부터 새로 시행하기로 했다.
소득·주거에 불안을 겪는 위기청소년 2000명에 대해선 긴급 생활지원금 지원액을 월 최대 55만원에서 65만원으로 인상할 계획이다. 중위소득 120% 미만인 가구에 속한 18세 미만 아동이 희귀질환을 앓을 경우 의료비 본인부담금 전액을 국가가 지원해주는 제도는 지원 대상을 중위소득 130% 미만으로 넓히기로 했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