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밤 서울남부지방법원은 기자들에게 급히 공지사항을 알렸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사건 재판장인 황정수 부장판사가 특정 연구회 소속이라는 보도가 다수 있어 공지한다”며 “황 부장판사는 우리법연구회 국제인권법연구회 소속 회원이 아니다”는 내용이다.
황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이 전 대표가 비상대책위원회 전환 효력을 정지해달라며 낸 가처분신청을 사실상 인용, 주호영 비대위원장의 직무를 정지시켰다. 불리한 판결 결과를 접한 국민의힘 주요 관계자들은 황 부장판사 개인을 공격했다. 당사자인 주 위원장은 “재판장이 특정 연구모임 출신으로 편향성이 있고, 이상한 결과가 있을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는데 그 우려가 현실화한 것 같다”고 주장했다.
당 법률지원단장을 맡고 있는 유상범 의원은 “정당정치의 헌법적 가치를 침해하는 우리법연구회 출신의 월권”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주장이 그대로 기사에 인용되자 법원이 나서서 사실관계를 바로잡은 것이다. 심지어 일부 의원은 황 부장판사의 고향과 출신 고교를 언급하며 ‘친민주당 성향의 정치적 의도가 담긴 판결’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 같은 모습은 문재인 정부 당시 정치적으로 불리한 판결이 나올 때마다 재판부를 문제 삼으며 ‘판결의 정쟁화’를 시도한 민주당 의원들을 연상케 한다. 2020년 12월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의 2개월 정직 징계를 법원이 집행정지시키자 민주당은 ‘사법농단’ ‘법조 카르텔’이라는 용어를 동원해 재판부를 공격했다. 올해 1월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의 유죄가 대법원에서 확정됐을 때도 “사법개혁의 원동력으로 삼을 것”(김용민 의원)이라며 판사 개인을 비판했다.
지난 2일 홍준표 대구시장이 “이 전 대표가 가처분이라도 신청하면 받아들여질 것”이라고 말하는 등 여당 내에서도 비대위 전환의 절차적 문제는 일찍부터 제기됐다. 법원이 무리한 시도에 제동을 걸었다면 이 같은 시도를 주도한 당사자가 책임을 지는 것이 수순이다. 사회 시스템에 대한 신뢰와 원칙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보수 정당이라면 더 그렇다. ‘내로남불’식 재판부 공격은 국민을 돌아서게 해, 높은 국정 지지율에도 정권을 내준 지난 정부의 전철을 반복하게 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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