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골프 메이저대회 마스터스 토너먼트가 열리는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내셔널GC는 ‘유리알 그린’으로 유명하다. 대회 기간 이 골프장의 그린스피드는 최고 4m 후반까지 이른다. 대회가 열리지 않는 기간에도 4m 안팎을 유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프로대회들은 대부분 3m대 초반 스피드를 유지한다. 주말 골퍼들이 접하는 그린스피드는 대부분 2m대 초중반, 빨라야 2m대 후반이다. 골프업계 관계자는 “주말 골퍼들에게 그린 스피드 3m 이상이면 빠르고, 그 아래면 느린 편이라 보면 된다”고 말했다.
그린 스피드를 나타내는 이 수치는 ‘스팀프미터(stimpmeter·사진)’라는 알루미늄 바로 잰다. 공을 스팀프미터 30인치(76.2㎝) 지점에 놓은 뒤 지면과 약 20도 각도를 이루도록 한쪽 끝을 들어 올린다. 그러면 바가 미끄럼틀 같은 경사를 이루면서 공이 저절로 구르기 시작한다. 이 공이 그린 위에서 멈추면 스팀프미터로부터 거리를 잰다. 이렇게 공 세 개를 굴리고, 같은 방법으로 그린 반대편에서도 측정한다. 이렇게 나온 거리의 평균값이 그린스피드다. 3.0이라면 공이 3m 굴러갔다는 뜻이다.
그린 스피드를 잴 때 가장 큰 방해물은 바람이다. 바람을 맞으면 스팀프미터를 타고 내려가는 공 속도가 느려지기 때문에 강풍이 부는 곳에선 제대로 측정하기 어렵다. 이럴 땐 ‘ㄷ’ 모양의 플라스틱으로 만든 ‘윈드 터널’을 사용한다. 윈드 터널을 그린 위에 엎어 마치 터널처럼 바람의 영향을 최소화한 뒤 스팀프미터를 작동한다. 지난달 영국 스코틀랜드 세인트앤드루스 올드코스에서 열린 남자골프 메이저대회 디오픈에서는 최대 초속 17m의 바람이 불었다. 이런 환경에서도 그린 스피드를 정확하게 잴 수 있었던 것은 윈드 터널 덕분이었다.
스팀프미터는 미국의 에드워드 스팀프슨이 1936년 고안했다. ‘스팀프’는 그의 성에서 따왔다. 스팀프슨은 미국 매사추세츠주 아마추어 챔피언, 하버드대 골프팀 주장을 지낸 ‘엘리트 골퍼’였다. 그는 1935년 US오픈에서 진 사라젠의 퍼팅이 그린을 한참 벗어나는 것을 보면서 너무 빠르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고민 끝에 나무로 만든 스팀프미터를 만들었고, 1976년 미국골프협회(USGA)가 이를 알루미늄으로 바꿨다. USGA가 스팀프미터를 그린스피드 측정 공식 장비로 인정한 것은 1978년이다. 국내 투어와 골프장에서도 이 장비를 이용하고 있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