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은 지난 26일 큰 폭의 금리 인상이 이어질 수 있다며 경제에 부담이 될 정도의 높은 금리 수준을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과거 Fed는 금융시장 안정을 고려해 한 번에 0.25%포인트만 움직였으나 5월 0.5%포인트, 6월 0.75%포인트, 7월에도 0.75%포인트 올렸다. 파월의 발언대로라면 9월에도 Fed는 금리를 0.5%포인트 또는 0.75%포인트 인상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의 실제 소비자물가상승률은 5월 8.6%, 6월 9.1%까지 치솟았으나 7월에는 8.5% 수준으로 내려왔다.
지난달 21일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통화정책 회의를 마친 뒤 0%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하는 이른바 ‘빅 스텝’을 단행했다. 물가 폭등 때문에 11년 만에 제로 금리 시대를 마감하고 처음으로 단기정책금리를 크게 인상했다. 6월 유럽연합(EU)의 연간 인플레는 9.6%로 뛰어올랐으며 19개국 유로존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은 8.6%로 40여 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영국 중앙은행인 잉글랜드은행도 지난 5일 기준금리를 연 1.25%에서 1.75%로 올렸다. 올 4분기 물가상승률이 13%에 달할 것이란 예상에 따라 27년 만에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최대치로 올렸다. 프랑스 중앙은행 역시 8월부터 기준금리 인상을 시작했다.
일본만 예외다.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는 지난달 21일 기자회견에서 “금리를 올릴 생각이 전혀 없다. 끈질기게 금융 완화를 계속할 것”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일본의 기준금리는 연 -0.1%다. 구로다 총재의 속셈은 지속적인 엔저 정책을 통해 장기 침체에 빠진 내수와 수출 경기를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다.
한국은행은 이미 지난해 8월부터 기준금리를 지속해서 인상해오고 있다. 올 4월 이창용 한은 총재가 취임한 이후 금통위는 5월 회의 때 0.25%포인트 올린 데 이어 7월에는 0.5%포인트 인상을 단행했다. 25일 금통위에서도 0.25%포인트 추가 인상했다.
미국, EU, 영국, 프랑스, 일본, 한국 등 6개국 중 한국을 제외한 5개국의 화폐는 기축통화로 인정받기 때문에 이들 5개국은 외환위기의 위험이 없다. 그래서 각자 자국의 형편에 맞게 금리정책을 펴나갈 수 있는 여유가 있다. 그러나 우리는 기축통화국도 아니어서 금리정책을 제대로 펴나가기가 정말 어렵다. 지난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로 정권을 잡은 윤석열 정부가 금리정책으로 물가 및 환율 안정, 그리고 고용 확대를 동시에 해결하기는 무척 어려운 일이다.
중앙은행의 금리정책에 관한 한 존 테일러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가 제안한 충언에 귀를 기울여볼 필요가 있다. 테일러 교수는 1993년 테일러 준칙을 만들어 각국 중앙은행이 이를 활용하면 시장참여자들의 기대 인플레를 안정시킨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해 7월 한국경제TV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은 이제 제로 금리를 끝낼 때가 됐다는 주장을 폈다. 그리고 통화 긴축과 금리 인상은 시작하되 점진적으로 시행해 시장을 놀라게 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동시에 다른 나라 중앙은행이 테일러 준칙을 사용할 경우 테일러 방정식의 내용은 항상 일반인에게 개방돼야 준칙의 효과가 있다고 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중앙은행이 장단기 목표 인플레율을 자의적으로 설정할 것이 아니라 대내외 전문가의 연구를 통해 설정하고 이를 사전에 국민에게 알려주는 것이라고 했다. 그래야 실제 인플레율과 목표 인플레율의 차이를 이용해 정책금리의 인상분을 결정할 수 있다고 했다. 이것이 전제되지 않는다면 연 8회 금통위 회의가 다가올 때마다 온갖 예측이 분분할 것이고 지난 정부의 말만 믿고 상환능력이 모자라도 대출받아 집을 산, 특히 2030세대는 기준금리가 오를 때마다 현 정부를 원망하게 될 것이다. 어느 나라든 경제 문제는 경제 논리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 윤석열 정부와 여권이 제대로 된 리더십을 구사한다면 한은이 Fed와 무모하게 경쟁하면서 기준금리를 급격히 안 올려도 외국인 투자가 늘어 외화 유출을 막고 원화 가치도 올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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