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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은행, 美제재 러기업에 보증금 안줘도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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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일렉트릭이 미국 정부의 제재를 피하기 위해 러시아 기업과의 계약을 이행하지 않은 것은 문제가 없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이 계약의 보증을 서줬던 하나은행 역시 러시아 기업에 보증금을 줄 필요가 없다는 결론도 함께 났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 제46민사부(부장판사 이원석)는 최근 러시아 기업 조인스 스톡 컴퍼니 파워 머신즈 ZTL LMZ 엘렉트로실라 에네르고마슈에크스포르트(JSC파워머신즈)가 하나은행을 상대로 “계약 보증금을 지급하라”며 낸 소송을 기각했다.

JSC파워머신즈는 2016년 8월 현대일렉트릭(당시 현대중공업 전기전자시스템사업부)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베트남 롱푸1 화력발전소 건설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현대일렉트릭은 JSC파워머신즈에 발전소에 쓰이는 배전변압기와 전력변압기를 공급하기로 했다. 하나은행은 이 계약 체결 과정에서 현대일렉트릭이 계약 내용을 이행하지 않으면 JSC파워머신즈에 대신 보증금을 낸다는 이행 보증서를 발행해줬다. 이행 보증서의 유효기간은 2019년 3월 30일까지로 정했다.

그런데 2018년 1월 JSC파워머신즈 대표가 러시아의 크림반도 인프라 개발사업에 참여하겠다고 공언하면서 문제가 됐다. 크림반도는 과거 우크라이나의 영토였지만 2014년 러시아가 강제로 자국 영토로 합병시켰다. 미국 정부는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을 부당한 조치로 보고 러시아의 크림반도 인프라 사업에 힘을 보태는 기업을 대상으로 경제 제재를 가하고 있다. JSC파워머신즈 또한 대표의 크림반도 개발사업 참여 선언 후 곧바로 미국 정부의 ‘우크라이나의 주권, 통합, 민주 및 경제적 안정의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라 제재대상자 명단에 올랐다.

현대일렉트릭은 JSC파워머신즈와 컨소시엄 관계를 맺은 채 계속 사업을 진행하면 미국의 경제제재를 받게 될 상황에 놓였다. 이 같은 이유를 들어 변압기를 공급할 수 없음을 JSC파워머신즈에 통보했다. 이에 JSC파워머신즈는 2019년 2월 변압기 공급계약에 관한 이행보증서 유효기간을 연장해달라고 요청했지만 현대일렉트릭은 이 역시 거절했다. 그러자 JSC파워머신즈는 하나은행에 직접 보증금과 지연이자 등 35만달러(약 4억6000만원)를 지급해달라고 요구했다. 하나은행이 “미국의 제재가 걸려 있기 때문에 보증금을 낼 수 없다”고 거절하면서 법적 분쟁이 시작됐다.

JSC파워머신즈는 “이행보증은 우리와 현대일렉트릭 간 원인관계와 상관없이 수익자가 청구하면 무조건 은행이 지급할 의무가 발생하는 ‘독립적 은행 보증’”이라고 주장했다. 하나은행과 현대일렉트릭 측은 “원고 측 사정으로 변압기 인도기일이 연기됐던 상황에서 원고가 미국의 제재 대상으로도 지정됐기 때문에 이행보증서 발행과 연장에 응할 수 없었던 것”이라고 맞섰다.

재판부는 하나은행의 주장을 받아들여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현대일렉트릭이 계약을 이행하면 미국 내 자산 관련 거래가 동결되는 등 미국 제재로 피해가 매우 극심하다”며 “원고가 현대일렉트릭에 채무불이행을 주장하고 하나은행에 보증금을 청구하는 것은 권리남용”이라고 지적했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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