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증자 권리락일 개인은 주식을 사고 외국인은 파는 모습이 반복되고 있다. 외국인은 권리락일까지 발생한 차익을 지체없이 실현했다. 하지만 개인은 추격 매수를 하다가 주가가 급락해 손실을 보는 경우가 많았다. 금융당국과 전문가들 모두 무상 증자에 대한 과신은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2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엔지켐생명과학의 권리락일인 지난 17일 개인투자자들은 1만635주를 순매수했다. 반면 외국인은 1만1335주 순매도했다. 다른 무상증자주도 마찬가지였다. 지난 18일 노바렉스 권리락 당일 개인은 16만88주를 순매수했지만, 외국인은 3만5423주를 순매도했다. 지투파워, 노터스 등도 무상증자 권리락일 같은 모습을 보였다.
외국인은 권리락일까지 발생한 차익을 지체없이 실현한 반면, 개인은 추가 상승을 노리고 매수를 했다는 분석이다. 무상증자란 회사에 쌓인 유보금(자본잉여금)으로 주식을 찍어서 주주들에게 무상으로 나눠주는 것을 말한다. 권리락일 후 주가가 조정을 거치면 저렴해 보이는 착시 효과가 있어 주가가 급등하는 현상이 벌어진다. 무상증자를 하는 기업의 재정상황은 양호한 것으로 인식돼 무상증자 발표 후 주가가 뛰기도 한다.
하지만 이러한 개인투자자들의 행태는 손실 위험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다. 무상증자를 하더라도 주식의 본래 가치가 달라진 것은 아니기에 주가는 보통 다시 하락하기 때문이다. 엔지켐생명과학 주가는 무상증자 권리락일과 그 다음날만 오른 후 이날까지 5거래일 연속 하락 중이다. 이날 오후 3시 기준 5일 간 21.2% 가량 하락했다. 권리락일과 그 다음날 90억원 어치 주식을 순매수한 개인투자자들은 큰 손해를 볼 것으로 추정된다.
자본이 풍부한 기업만 무상증자를 하는 것도 아니다. 적자 기업이 무상 증자를 하는 경우도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다음달 무상증자를 진행하는 아이윈플러스는 2018년부터 매년 영업이익이 적자 상태다.
전문가들은 무상 증자 투자에 각별히 주의할 것을 당부하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일시적인 주가 상승이 일어나 시가총액이 늘어나도 이는 단기적인 착시 효과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금융당국도 경고에 나섰다.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25일 상장기업 “유상증자와 달리 무상증자는 외부 자본이 회사에 유입되지 않아 실질적으로 기업가치에 미치는 영향이 없다”며 “무상증자 가능성이나 결정 공시만으로 투자를 결정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최세영 기자 seyeong202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