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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는 실패한 엑시트인가?…두 스타트업에 대한 엇갈린 시선 [긱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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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프리미엄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한경 긱스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최근 국내 스타트업 두 곳의 엑시트(자금 회수)가 화제입니다. 쏘카와 포티투닷이 주인공입니다. 모두 업계의 주목을 크게 받았던 업체였죠. 한 곳은 기업공개(IPO)를, 나머지 한 곳은 매각을 택했습니다.
두기업의 엑시트를 놓고 사람마다 평가가 크게 엇갈리고 있습니다. 이런 업계의 분위기를 통해 한경 긱스(Geeks)가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의 개선 방안에 대해 고민해봤습니다.

스타트업의 결승선, 엑시트
스타트업 업계에서는 ‘엑시트(EXIT)’를 보통 결승선으로 본다. 엑시트는 창업자와 직원 등이 기업 가치를 현금화하는 것을 뜻한다. 자본시장에서 해당 기업이 충분히 컸다는 것을 인정했다는 얘기다. 엑시트는 크게 네 가지 경우로 나뉜다. 국내 상장(IPO)과 해외 상장 그리고 국내 인수합병(M&A)과 해외 인수합병. 최근 국내 유망 스타트업 두 곳이 엑시트에 성공했다. 모빌리티 플랫폼업체인 쏘카는 지난 22일 코스피에 상장했다. 자율주행 전문기업 포티투닷은 현대차에 인수됐다.



하지만 해당 업체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지난해 기업가치 3조원까지 거론됐던 쏘카는 몸값을 1조원 아래로 낮춰 겨우 상장했다. 그래도 IPO까지 갔기 때문에 성공적인 엑시트라는 얘기를 듣는다. 스타트업의 엑시트에서 가장 아쉽다는 평가는 다른 기업에 인수되는 경우다. 창업자가 회사를 키우길 포기했다거나 창업자와 초기 투자자가 지분 매각으로 자신의 배만 불렸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포티투닷에 대해서도 비슷하게 보는 이들이 있다.

해외의 시각은 국내와 다르다. 유효상 숭실대학교 중소기업대학원 교수가 지난해 코리아스타트업포럼과 발표한 '스타트업 엑시트 생태계 전략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기업조사업체 씨비인사이트(CB insight)의 자료를 인용해 지난 2016년 세계 3358개의 스타트업이 엑시트에 성공했다. 이 중 97%인 3260개 스타트업은 M&A였다. IPO는 98개 그쳤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도 지난해 '창업·벤처 생태계 지수 개발 연구' 보고서를 통해 비슷한 연구 결과를 내놨다. 2018년부터 2020년까지 3년 동안 미국 스타트업의 엑시트 중 88.7%는 M&A였다. 한국은 같은 시기에 M&A 비율은 52.9%에 그쳤다.


유효상 숭실대학교 중소기업대학원 교수는 “2015년부터 2020년까지 연평균 신규 상장 기업 수는 약 72개인데 연평균 스타트업 창업을 1만 건이라고 가정하면 창업 이후 꾸준히 성장해 IPO로 엑시트할 수 있는 비중은 0.7% 수준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IPO 중심의 국내 회수 시장 환경에서 상당수 스타트업이 엑시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얘기다.

스타트업이 IPO를 결승점으로 삼을 경우 그때까지 버티기도 어렵다. 국내 창업기업 5년차 생존율은 2020년 기준 29.2%에 불과했다. 같은 기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평균 생존율(41.7%)보다 크게 낮다. 유니콘(기업 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사) 기업으로 성장해도 엑시트를 못 하면 성공한 기업이라고 평가받기 어렵다. 유니콘이라는 호칭만 유지하고 성장이 멈춘 일명 '좀비콘'(Zombie+Unicorn)이 될 수도 있다.


국내에서는 수년째 정부의 유니콘 기업 명단에 이름을 올린 옐로모바일이 대표적이다. 옐로모바일은 현재 사실상 폐업 상태다. 대한상공회의소의 싱크탱크인 지속성장이니셔티브(SGI)가 지난 6월 내놓은 '혁신창업 생태계 조성을 위한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유니콘 수 상위 10개 국가의 유니콘 기업의 엑시트 비율은 미국이 33% 가장 높았다. 다음은 중국(32%), 영국(17%), 인도(6%) 등 순이었다. 반면 당시 기준으로 한국 0%였다.

스타트업 업계에서 엑시트가 중요한 것은 스타트업 생태계 선순환의 핵심 고리이기 때문이다. 비상장에서 시작하는 스타트업과 스타트업 투자자는 IPO 또는 M&A로 투자금을 회수한다. 엑시트로 수익을 본 이들은 회사를 다시 창업하거나 다른 스타트업에 투자한다. 이 과정에서 국가의 산업 경쟁력도 높아진다. 유효상 숭실대학교 중소기업대학원 교수는 “고위험·고성장 사업 모델로 무장한 스타트업은 투자로 성장하고 관련 투자는 스타트업의 엑시트를 전제로 이뤄진다"며 "엑시트는 스타트업 생태계의 선순환 구조를 완성하는 마지막 퍼즐"이라고 설명했다.

국내에서는 2005년에 설립된 인터넷 검색 전문업체 첫눈이 대표적인 스타트업 성공 M&A 사례다. 첫눈은 게임업체 네오위즈의 2대 주주였던 장병규 크래프톤 이사회 의장이 창업했다. 검색 단어별 웹문서의 중복 정도를 분석해 관련 정보를 추출하는 독창적인 검색기술인 ‘스노우 랭크’를 보유하고 있었다. 전체 직원의 60% 이상은 국내 최고 수준의 검색 부문 개발자들로 구성됐다. 네이버는 350억원을 투자해 설립된 지 1년도 되지 않은 직원 60여 명의 첫눈을 사들였다. 당시(2005년) 네이버 영업이익의 25%가 넘는 거액이었다.

네이버에 인수된 첫눈 직원 일부는 네이버를 떠나 국내 IT업계 곳곳에 포진했다. 장 의장은 게임업체 블루홀(현 크래프톤)을 설립해 세계적으로 흥행에 성공한 총쏘기 게임 ‘배틀그라운드’를 내놨다. 벤처캐피털(VC)인 본엔젤스도 세워 음식 배달 서비스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 등을 발굴했다.

모바일 메신저 라인을 만든 신중호 라인 공동 대표와 이상호 SK텔레콤 최고기술경영자(CTO)도 첫눈 출신이다. 카카오의 AI 사업을 총괄했던 김병학 카카오 전 AI랩 총괄부사장도 첫눈에서 근무했다.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보이저엑스의 남세동 대표도 첫눈 출신이다.

해외에서는 미국의 일명 '페이팔 마피아'가 대표적인 사례다. 테슬라 창업자 일론 머스크와 미스릴 캐피털 매니지먼트를 세운 피터틸 등 페이팔 창업자와 초기 멤버들은 페이팔을 거액에 매각하고 유튜브, 스페이스X, 링크드인, 옐프 등 미국의 혁신을 이끄는 회사를 잇따라 설립했다.



포티투닷의 핵심 사업인 자율주행처럼 대규모 자금이 필수인 경우에는 자력으로 IPO까지 가기에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구글의 자율주행 기술 자회사인 웨이모는 지난 10년 동안 수조원을 투자받았지만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아직도 상용 서비스를 내놓지 못하고 연구 개발 중이다. 인텔과 GM의 자율 주행 자회사인 모바일아이와 크루즈의 사정도 비슷하다.

이런 다양한 이유로 한국 스타트업 업계의 성장을 위해서는 스타트업 엑시트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계속 나오고 있다. 지속성장이니셔티브(SGI)는 우선 스타트업 M&A는 '기업 사냥'이라는 부정적 인식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SGI는 "구글, 아마존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경우에는 적극적인 M&A로 미국 등 청년 창업 기업에 노력에 대한 보상을 제공하고 있다"며 "이는 국내 대기업과는 대조적인 행보"라고 지적했다.

관련 제도 개선도 필수다. 대기업이 유망 스타트업에 투자할 경우 각종 제약 요인이 발생한다. 최근 정부가 대기업의 기업형 벤처캐피털(CVC) 규제를 완화하기는 했다. 하지만 외부 투자 유치 제한 등 규제가 아직 여전하다는 지적이다. SGI는 "스타트업 투자는 보통 7~10년 이상의 장기 투자인 만큼 중간 회수(세컨더리) 시장의 활성화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참 한 가지 더

최근 국내에서 사업을 시작한 스타트업 중 수천억원 규모의 M&A로 엑시트에 성공한 기업들은 공통점이 있다. 해당 스타트업을 인수한 기업은 모두 해외업체였다.

국내 온라인 패션 쇼핑몰업체 1세대로 불린 스타일난다는 2018년 글로벌 화장품 기업인 로레알그룹에 6000억원에 인수됐다. 인공지능(AI) 스타트업 수아랩은 2019년 미국 기업 코그넥스가 2300억원에 사들였다.

국내 배달 앱 1위인 배달의민족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은 독일업체 딜리버리히어로가 4조7500억원에 인수했다. 동양상 채팅 앱 아자르를 운영하는 하이퍼커넥트는 지난해 2조원에 미국의 매치그룹에 팔렸다.



국내 스타트업 업계 관계자는 "엑시트 시기가 늦어질수록 유망 스타트업의 기업 가치가 조 단위로 커지기 때문에 이런 기업을 투자할 투자사도 국내에 적고 대기업도 이런저런 규제로 선뜻 투자에 나서기 어렵다"라고 설명했다.

김주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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