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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기 몰렸나…달러인덱스 1.9% 오를 때 2.9% 떨어진 원화 가치 [조미현의 외환·금융 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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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달러 환율이 지난 23일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1345원대를 돌파하면서 연고점을 새로 썼다. 달러 강세에다 유로화·위안화 등 주요국 통화가 약세를 보이면서 원화 역시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주요 신흥국 통화에 비해 원화의 내림 폭이 두드러지면서 일각에서는 투기적 수요도 적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원·달러 환율은 24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3원40전 내린 1342원10전에 거래를 마감했다. 미국의 경제 지표 부진으로 원·달러 환율은 오전 9시 전날보다 6원 내린 1339원50전에 시작했지만, 내림 폭은 줄어 들었다.

전날 원·달러 환율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4월 28일(1356원80전) 이후 13년 4개월 만에 최고치인 1345원50전을 기록했다. 최근 원화 약세(환율 상승)의 요인은 달러 강세와 유로화, 위안화 등 비(非) 달러 통화의 약세가 동시에 작용한 것이다. 미국이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늦추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계속되면서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전날 109를 넘어서며 2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여기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대란, 가뭄 등 자연재해에 허덕이는 유럽과 부동산 시장을 중심으로 경착륙이 우려되는 중국의 경기 둔화 가능성이 커지면서 강(强)달러 현상은 심화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원·달러 환율의 상승 폭은 다른 주요 신흥국 통화와 비교해도 큰 것으로 나타났다. 원·달러 환율은 연고점을 기록한 지난 23일 기준 지난 1주일 전보다 2.86% 올랐다. 이 기간 중국 위안화는 0.92%, 인도네시아 루피아화 1.16%, 싱가포르 달러 0.99% 오르는 데 그쳤다. 원화 가치가 이들 통화대비 더 떨어졌다는 의미다.

원·달러 환율 상승률은 달러인덱스(1.89%)도 웃돌았다. 달러 강세가 진행된 것보다 원화 약세가 더 강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한국 경제가 대외 의존도가 높아 통화 가치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 중국의 경기 둔화 등으로 한국의 교역 조건이 악화하면서 원화를 절하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여기에 한국의 외환시장이 다른 신흥국에 비해 개방도가 높아 투기적인 수요도 상대적으로 커졌다는 관측도 있다. 김승혁 NH선물 이코노미스트는 "환율이 더 상승할 것이라고 베팅하는 투기적 매매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며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의 문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전날 외환당국이 구두개입에 나서면서 "최근 글로벌 달러 강세에 기인한 원·달러 환율 상승 과정에서 역외 등을 중심으로 한 투기적 요인이 있는지에 대해 면밀히 점검해 나갈 것"이라며 '투기적 요인'을 언급한 것도 이런 이유라는 분석이다. 과거 환율 급락기에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은 외국환은행에 대한 선물환 거래에 대한 특별검사를 실시한 바 있다. 다만 한국은 원칙적으로 외환거래의 자유화를 보장하고 있어 투기적 거래에 대한 직접적인 규제는 쉽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이 진정세를 보이면서 전날 외환당국의 구두개입 효과가 작용했다는 평가도 나왔다. 민경원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어젯밤 미국 서비스업 PMI(구매관리자지수)가 대폭 하락해 강달러 지지 요인이 약화되면서 환율 하락을 주도했다"며 "당국의 환시 모니터링 발언으로 미세조정 및 실개입에 대한 경계감이 되살아난 점, 수출업체 고점 매도도 원화 강세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밝혔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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