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가 일시적 랠리와 하락을 반복하자 투자자들이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투자 방향성도 엇갈린다. 지난 한 달 증시 상승세에 ‘베팅’하는 순방향 상장지수펀드(ETF)와 하락세에 거는 인버스 ETF에 모두 자금이 순유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한국거래소 및 코스콤 등에 따르면 ‘KODEX 200선물인버스2X’는 지난 한 달(7월 22일~8월 22일) ETF 중 자금 순유입이 가장 많은 종목 2위를 기록했다. 한 달간 1745억원이 몰렸다. 이 상품은 코스피200지수가 하락할 때 하락률의 두 배를 수익으로 얻는다.
코스닥150지수가 떨어질 때 수익을 내는 ‘KODEX 코스닥150선물인버스’에도 1060억원(순유입 4위)이 몰렸다. HANRO 200선물인버스(191억원), TIGER선물인버스2X(80억원) 등 다른 국내 증시 인버스 및 곱버스 상품에도 자금이 들어왔다. 국내 증시가 향후 하락할 것으로 예측한 투자자가 많았다는 얘기다.
반면 국내 증시가 오를 것으로 내다본 투자자도 적지 않았다. 코스피200지수를 추종하는 ‘KODEX 200’에는 같은 기간 768억원(순유입 5위)이 몰렸다. ‘KODEX 코스피’에도 348억원이 들어오며 순유입 6위를 기록했다.
HANARO 200(127억원), SOL200TR(102억원) 등 코스피200지수를 순방향으로 추종하는 ETF에도 100억원 이상의 자금이 유입됐다.
순방향 상품과 인버스 상품이 동시에 ETF 자금 순유입 최상위권을 차지한 셈이다. 증권가에선 이를 놓고 박스권에 놓인 국내 증시가 통계적으로 확인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통상 상승장에서는 순방향 ETF, 하락장에는 역방향 ETF에 자금이 몰린다.
불확실성 탓에 당분간 박스권 장세가 더 이어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임태혁 삼성자산운용 ETF운용본부장은 “투자자들이 대세 상승장을 예측하는 상황이라면 일시적 조정이 일어나더라도 ‘물타기’ 자금이 들어와 순방향 ETF로의 자금 유입이 나타나고, 대세 하락장을 예상하면 그 반대”라며 “그만큼 시장 예측이 안 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일부 투자자는 안전자산으로 회피하는 모습도 보였다. 지난 한 달간 KODEX KOFR금리액티브(2514억원), HANARO 단기채권액티브(331억원), TIGER 단기통안채(205억원) 등 리스크가 낮은 단기채권형 ETF에도 돈이 몰린 것으로 나타났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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