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가 일주일 새 10%~20% 떨어졌다. 23일 하루에도 시가총액 상위 10개 암호화폐(스테이블코인 제외) 중 이더리움을 제외한 모든 암호화폐가 소폭 하락했다. 세계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미국 증시와 연동돼 위험자산으로 분류된 암호화폐도 정체구간에 접어든 것으로 풀이된다. 데이비드 코스틴 골드만삭스 미국 주식 전략가는 "S&P500의 수익이 6월 중순부터 17% 상승한 후 다시 떨어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며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로 미국 중앙은행(Fed)이 더욱 공격적으로 긴축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23일 코인게코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기준 비트코인은 전날 대비 -0.5%, 리플 -0.2%, 솔라나 -2.6%, 도지코인 -1.0% 등 전반적으로 내렸다. 이더리움만 0.7% 반등했는데 지난 일주일로 넓혀보면 -17.7% 하락해 솔라나(-22.1%)와 에이다(-20.2%)에 이어 가장 큰 하락폭을 나타냈다. 시바이누(-22.9%)와 도지코인(-16.9%) 같은 밈 코인도 같은 기간 큰 폭으로 떨어졌다.
이같은 하락세에 암호화폐 투자심리도 다시 악화되고 있다. 두나무에 따르면 업비트 공포&탐욕지수는 42.64로 지난달말(57.87) 대비 크게 악화됐다. 변동성과 거래량 등의 지표로 만든 공포&탐욕지수가 40 이하로 내려가면 공포 단계에 접어든 것을 뜻한다. 지난 19일에는 31.84로 암호화폐가 반등을 이어나가던 지난달 13일 이후 가장 낮은 수치로 내려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투자자들이 위험자산을 팔고 미국 국채를 사들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유럽에서 인플레이션이 잇달아 10%를 넘을 것이라는 중앙은행 관계자들의 발언이 쏟아진데다 러시아가 가스관을 잠구겠다고 밝히면서 유럽연합(EU) 주요국들의 증시가 급락했다.
암호화폐의 높은 변동성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자체 블로그를 통해 "아시아 지역에서 증시와 암호화폐의 상관관계가 높아지고 있다"며 "특히 인도는 상관관계가 팬데믹 기간동안 10배 증가해 암호화폐에 대한 분산투자 이점이 사라졌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암호화폐의 급격한 손실이 전통 금융시장에 채무불이행을 초래하는 등 파급효과를 불러올 수 있으므로 국제적인 규제 프레임워크를 긴밀하게 조정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다만 극단적인 추락은 없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 의견이다. 모건스탠리는 19일 투자메모에서 "지난주는 4월 이후 처음으로 실물자산과 가치가 연동된 가상자산(스테이블코인)의 시가총액이 줄지 않았다"며 "여전히 고점보다 20% 적은 수준이지만 '극단적 디레버리징'이 당분간 멈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특히 레버리징을 이용한 암호화폐 투자가 크게 줄어든 점을 긍정적인 신호로 짚었다. 모건스탠리는 "암호화폐 투자자금을 조달하기 위한 레버리지 수요가 크게 억제된 상황"이라며 "탈중앙화 플랫폼 대출은 올 들어 70% 감소했다"고 분석했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