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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2분기 미국 증시는 그 어느 때보다 변동성이 컸다. 41년 만의 최악 인플레이션 속에서 미국 중앙은행(Fed)은 1994년 이후 봉인해둔 ‘자이언트스텝’(금리 0.75%포인트 인상) 카드를 꺼내들었다. 월가 큰손들은 이런 장세에 어떤 투자 전략을 펼쳤을까.
미국 경제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는 21일(현지시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보고된 올 2분기 주식 보유 현황 보고서(13F)를 분석, 보도했다. SEC는 운용자산이 1억달러 이상인 기관투자가에 분기 말 기준 45일 안에 보유 종목을 공시하도록 한다.
워런 버핏이 이끄는 벅셔해서웨이는 올 2분기 새로운 종목을 매수하진 않았다. 정유주의 추가 매입이 눈에 띈다. 지난 2분기에 옥시덴털페트롤리엄 2200만 주를 사들였다. 벅셔헤서웨이는 유가 상승기에 옥시덴털페트롤리엄을 집중 매수했다. 전체 지분의 20%가량을 보유하고 있다. 같은 정유기업인 셰브런도 240만 주 추가 매수했다. 올해 버핏이 두 정유기업에 투자한 금액은 250억달러 이상이다.
월가에서는 버핏이 옥시덴털페트롤리엄 지분을 추가로 매수할 것으로 보고 있다. 벅셔해서웨이가 최근 미국 연방에너지규제위원회(FERC)의 승인을 받아 지분을 최대 50%로 확대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버핏은 에너지 가격이 당분간 강세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해석했다.
레이 달리오 브리지워터어소시에이츠 창업자는 빅테크(대형 정보기술기업) 투자를 크게 늘렸다. 메타(옛 페이스북) 지분을 1만900주에서 58만6600주로 50배 이상 확대했다. 구글 모회사인 알파벳도 추가 매수해 보유 지분이 1700주에서 4만9100주로 늘었다. ‘테슬라 대항마’로 꼽히는 리비안과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기업 아마존 등도 매수했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지난 2분기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가 급락함에 따라 빅테크 저가 매수에 나선 것”이라고 보도했다.
테슬라 등 전기차업체에 대한 투자는 엇갈렸다. 소로스펀드를 이끄는 조지 소로스는 2분기에 세계 최대 전기차업체 테슬라와 미국 완성차업체 포드를 각각 3만 주, 2950만 주 신규 매입하고 리비안 주식을 일부 처분했다. 소로스펀드가 테슬라에 투자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퀀트펀드의 대가’로 불리는 짐 사이먼스가 설립한 르네상스테크놀로지는 테슬라 지분을 160만 주에서 74만8000주로 절반 넘게 줄였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컴퓨터 알고리즘으로 종목을 매매하는 퀀트펀드 특성상 르네상스테크놀로지의 거래는 펀더멘털보다는 시장 변동성과 거래 패턴을 반영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공매도의 전설’로 유명한 마이클 버리가 이끄는 사이언자산운용은 애플에 대한 쇼트 포지션을 청산했다. 1분기에 매수한 애플 풋옵션 20만6000주를 팔아치웠다. 애플 주가가 최소한 하락하진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는 의미다. 메타, 알파벳 등 11개 종목의 주가 상승에 베팅하는 롱(매수)포지션도 정리했다.
박주연 기자 grumpy_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