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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차시장 혼선 부르는 침수車…'정보 비대칭'이 문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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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전국 곳곳을 강타한 폭우로 많은 자동차가 피해를 입었다. 손해보험사에 접수된 차량 침수와 파손 건수가 1만여 건에 달할 정도다. 이번 가을 중고차시장에 주의보가 내려졌다. 비 피해 차량이 시장에 대거 매물로 나올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구매자들은 ‘레몬’과 ‘복숭아’를 골라내야 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

중고차를 비싸게 사는 이유
중고차시장에는 멀쩡한 차량과 침수 차량이 섞여 있을 수 있다. 편의상 멀쩡한 차의 적정 가격은 1000만원, 침수 차량의 적정 가격은 500만원이라고 하자. 모든 정보가 공개돼 있다면 멀쩡한 중고차는 1000만원에, 침수된 중고차는 500만원에 거래될 것이다. 그러나 중고차 판매자와 구매자 간에는 ‘정보의 비대칭’이 존재한다. 중고차를 팔려는 사람은 자신의 차가 멀쩡한 차인지 침수 피해를 당한 차인 줄을 알고 있지만, 중고차를 사려는 사람은 그런 사실을 알기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구매자는 멀쩡한 차량과 침수 차량의 중간인 750만원 정도에서 중고차 가격을 지불하려고 한다. 그렇게 되면 멀쩡한 차의 주인은 매물을 거둬들일 것이고, 침수 차량의 주인은 ‘웬 횡재냐’ 하면서 차를 팔 것이다. 결국 소비자는 침수 차량을 비싼 값을 주고 사게 된다. 이처럼 정보가 부족한 쪽이 하는 불리한 선택을 ‘역선택(adverse selection)’이라고 한다.

멀쩡한 차량의 주인은 제값을 받지 못하니 중고차시장을 떠나고, 침수 차량처럼 품질이 좋지 않은 차만 남게 될 것이다. 이런 시장을 ‘레몬 시장’이라고 한다. ‘레몬’은 색깔은 예쁘지만, 신맛이 강해 먹기 힘들다. 겉보기엔 멀쩡하지만 실제로는 결함이 있는 상품을 레몬에 비유한다.

정보 비대칭이 만들어내는 현상으로 ‘도덕적 해이’도 있다. 화재보험에 가입한 건물주가 소방 안전에 주의를 덜 기울이는 것이 도덕적 해이의 사례다. 불이 나도 보상을 받을 수 있으니 안전에 신경을 덜 쓰는 것이다. ‘주인-대리인’ 문제도 그렇다. 주인은 월급을 주면서 대리인이 일을 알아서 잘하리라고 기대하지만, 대리인은 휴대폰을 보면서 주인이 바라는 만큼 일하지 않을 수도 있다. 주인은 실적에 예민하지만 고용된 경영자는 상대적으로 덜 예민할 수 있다.
식당에는 왜 재활용 반찬이 나올까
정보 비대칭으로 효율적인 거래가 이뤄지지 못하는 사례도 관찰할 수 있다. 보험시장은 중고차시장과 반대로 판매자(보험사)가 구매자(보험 가입자)보다 정보가 부족하다. 보험사가 보험 가입자의 건강 상태를 정확히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보험사가 이윤을 많이 내려면 보험금을 청구할 가능성이 낮은 건강한 가입자가 많아야 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건강에 문제가 있는 사람이 더 많이 가입할 가능성이 있다.

음식점의 반찬 재활용도 정보 비대칭과 관련이 있다. 음식점 손님들은 자신의 식탁에 올려진 반찬이 새 반찬인지 재활용 반찬인지 확인할 길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 손님은 두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반찬에 일절 손을 대지 않거나 믿고 먹거나. 어느 쪽이든 손님이 유리하지 않은 역선택 상황이다.
레몬이 복숭아가 되려면
레몬의 반대는 피치(peach·복숭아)다. 색깔도 곱고 맛도 좋은 복숭아처럼 품질이 좋은 상품을 뜻한다. 레몬 시장을 복숭아 시장으로 바꾸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정보를 가진 쪽은 ‘신호 보내기’를 할 수 있다. 자신이 팔려는 상품이 레몬이 아니라 복숭아라는 점을 적극적으로 알리는 것이다. 현대자동차가 미국 시장 진출 초기 ‘10년 10만 마일 무상 보증 수리’를 시행한 적이 있다. 10년간 무상 서비스를 제공해도 될 만큼 품질에 자신이 있다는 신호를 보낸 것이다. 자동차 시승 행사와 마트 시식 행사도 신호 보내기라고 할 수 있다.

정보가 부족한 쪽은 ‘골라내기’를 할 수 있다. 중고차를 예로 들면 구매자가 판매자에게 사고 및 정비 이력 등을 요구해 문제가 있는 차량을 거르고 좋은 차량을 찾아내는 것이다.

정부나 제3의 주체가 법과 규제를 통해 품질 관리를 하는 방법도 있다. 상장 심사는 주식시장이 레몬 시장으로 전락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제도다. 기업 고위 임원이 점심식사 장소를 비서에게 알아보라고 지시하는 것은 정보 비대칭 상황에서 ‘탐색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다. 임원들은 연봉이 높으니 정보 탐색에 들어가는 기회비용 또한 크다. 정보 비대칭을 근본적으로 해소하는 방법은 없을까?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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