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광역시가 2조2000억원대 민간공원특례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중앙공원 1지구 개발사업이 ‘광주판 대장동’ 사건으로 변질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민간공원 사업 시행사인 빛고을중앙공원개발(SPC) 내 주식 지분 변경이 무단 처리됐지만, 사업 공동 시행사이자 감독기관인 광주시가 관리에 손을 놓으면서 ‘특정 사업자에게 수익을 몰아주는 것 아니냐’는 특혜 의혹까지 불거졌다.
22일 광주시·빛고을중앙공원개발 등에 따르면 SPC 주주인 우빈산업은 지난 5월 13일 케이엔지스틸이 보유한 주식에 대해 콜옵션을 행사하겠다고 주주들에게 통보했다. 콜옵션은 특정한 기초자산을 만기일이나 만기일 이전에 미리 정한 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다.
우빈산업은 케이엔지스틸이 보유한 SPC 발행 주식 24%의 의결권을 위임받아 주주권을 행사해왔는데, 신임 케이엔지스틸 대표가 콜옵션의 채무금을 상환하고 우빈산업에 위임했던 의결권을 회수하기로 하자 우빈산업이 일방적으로 콜옵션 행사에 나선 것이다.
SPC 내 주식 보유 지분은 한양(30%), 우빈산업(25%), 케이엔지스틸(24%), 파크엠(21%) 순이다.
우빈산업이 대표를 맡은 SPC는 같은 달 24일 케이엔지스틸이 보유한 주식 전부를 우빈산업에 넘겨주는 명의개서를 했다. 이에 따라 우빈산업은 자사 지분에 케이엔지스틸 지분 24%를 더해 49%의 주식을 보유하면서 단숨에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문제는 우빈산업이 케이엔지스틸의 주식을 넘겨받으면서 감독기관인 광주시와 사전에 협의하거나 승인 절차를 밟지 않았다는 데 있다. 민간공원특례사업의 공모 지침인 제안요청서(제25조 제1항)에는 ‘컨소시엄 구성원 및 지분율은 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시점부터 기부채납이 되는 부분의 사업이 완료하는 날까지 변경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고 규정했다. 우빈산업이 공모 지침을 어기고 케이엔지스틸의 주식 전량을 가져온 셈이다.
SPC 주주인 한양 관계자는 “SPC 주주 변경은 구성원 전원의 동의와 광주시의 사전 승인이 필요한데도 우빈산업이 이런 절차를 모두 무시했다”며 “공모제도를 의도적으로 무력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우빈산업은 공정거래위원회의 명의신탁 확인 요청에 명의신탁이 해제돼 케이엔지스틸이 정당한 주주이고, 의결권도 케이엔지스틸이 행사한다고 답하기도 했다. 2019년 12월 케이엔지스틸과 명의신탁을 체결한 우빈산업은 지난해 4월 공정위의 명의신탁 확인 요청에 대해 ‘2019년 12월 명의신탁을 체결했으나 2020년 10월 케이엔지스틸의 요청에 따라 약정을 해제했다’고 회신했다. 우빈산업은 2020년 10월 이후에도 8차례나 SPC 임시주주총회에 케이엔지스틸의 대리인으로 참석해 의결권을 행사했다.
케이엔지스틸은 무단 주주 변경에 반발해 지난 5월 27일 광주시를 상대로 사업 종료 전까지 SPC 주주 간 주주 변경 승인 금지를 요청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케이엔지스틸 관계자는 “법원이 소송에서 우빈산업의 손을 들어주면 우빈산업은 SPC 내 최대주주로서 수천억원대 사업이익을 합법적으로 독식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한다”며 “자본금이 5000만원에 불과한 우빈산업이 2조원대 사업을 수주한 뒤 갖은 위법에도 사업을 영위하는 건 광주시의 특정 사업자 밀어주기”라고 비판했다.
광주시 관계자는 “소송 결과가 나올 때까지 지켜보고 판단하겠다”며 “SPC 내부의 분쟁은 당사자들 간 해결 사항으로, 시가 특정 업체에 특혜를 제공한 일은 없다”고 말했다.
■ 민간공원특례사업
민간공원특례사업은 민간자본이 장기 미집행 도시공원 계획 부지의 70% 이상을 공원으로 조성한 뒤 지방자치단체에 기부채납(공공기여)하고 나머지를 활용해 공동주택 등 비공원시설을 개발하는 공익사업이다.
광주=임동률 기자 exi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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