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감염 이력이 없는 사람은 어릴 때 감기 코로나바이러스를 앓았을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코로나바이러스는 애초 감기 바이러스로 등장했다. 통상 전체 감기의 10~30%가 코로나바이러스가 일으키는 감기일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정하고 있다.
지금까지 확인된 인체 감염 코로나바이러스는 모두 7종으로, 이 중 4종((229E, NL63, OC43, HKU1)은 비교적 가벼운 감기 증상을 일으키는 코로나바이러스다.
나머지 3종은 중증 폐렴 등 심각한 증상을 유발하는 사스와 메르스, 코로나19 유발 바이러스다.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 라호야면역연구소(LJI) 연구진은 과거 코로나19 감염 이력이 없는 사람들의 혈액을 재취해 분석한 결과, 감기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면역 반응이 강한 사람일수록 코로나19 예방력이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연구진은 같은 연구소에서 코로나19 이전에 채취해 놓은 젊은 성인들의 혈액 표본을 이용해 연구했고, 그 결과 이들은 모두 어릴 때 코로나 감기 바이러스에 여러 번 노출됐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에 사용한 혈액은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전인 2016~2019년에 6개월~4년에 걸쳐 각기 3~7차례 채취한 32명의 표본이다.
연구진은 이들의 혈액에 있는 면역세포(CD4+ 티세포)가 4종의 코로나바이러스와 변이 전 코로나19 바이러스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살펴본 결과, 참가자의 72~81%가 4종의 코로나바이러스에 각각 보통 수준의 면역 티세포 반응을 보였다. 면역 반응의 정도는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 반응의 2배였다.
이번 연구에서 연구진은 참가자들의 혈액을 감기 코로나바이러스의 펩타이드 및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노출시켰다. 그 결과, 티세포와 항체 반응이 4종의 감기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해 안정적이고 지속적으로 나타났다.
또 감기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티세포 면역 반응이 강한 사람들이 코로나19에도 강한 면역반응을 보였다.
연구팀은 "어릴 때 생긴 면역에 성인이 돼서도 유지되는 것"이라면서 "어린 시절의 질병은 강한 면역 기억을 유발한다"고 말했다. 그 때문에 대부분의 성인은 코로나바이러스 감기에 잘 걸리지 않거나 무증상 또는 가벼운 증상을 앓고 지나간다는 설명이다.
연구팀은 또 "이번 연구는 면역 체계가 코로나 감기 바이러스와 코로나19 바이러스에 유사한 방식으로 대응한다는 생각에 힘을 실어준다"면서 "이런 패턴을 적용할 경우, 면역 인구가 늘어남에 따라 재감염 빈도는 줄어들고 증상도 약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직 안심하기에는 이른 단계다. 아직도 많은 이들의 목숨을 앗아가는 인플루엔자처럼 코로나19의 감염도 여전히 위협적"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셀 호스트 & 마이크로브(Cell Host & Microbe)'에 발표됐다.
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