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들이 군대처럼 24시간 내내 불침번을 서고 있습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 조합원 40여 명이 하이트진로 본사 옥상과 로비를 점거해 나흘째 농성을 이어간 19일. 하이트진로의 한 본사 직원은 “경찰이 손을 놓고 있어 언제까지 불침번을 서야 할지 막막하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화물연대 조합원의 하이트진로 본사 불법 점거가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100여 명에 가까운 경찰들은 이날도 하이트진로 본사 입구에 진입하지 않고 건물 밖에서 불법 농성을 지켜봤다. 경찰의 본사 진입은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옥상을 점거한 노조원의 식사를 전달할 때만 ‘동행’ 형태로 이뤄지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불법 시위인 건 맞지만 노사 간 협상 추이를 좀 더 지켜본 뒤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본사를 지키는 건 하이트진로 본사 직원들의 몫이었다. 이들은 화물연대 조합원이 사무실로 진입하지 못하도록 엘리베이터와 계단 양쪽에서 2명씩 밤새 교대로 보초를 서고 있다. 인화성 물질인 시너 불법 반입도 직원들이 막고 있다.
협상도 지지부진하다. 화물연대와 하이트진로 하청업체 수양물류는 이날 오전 11시부터 15차 협상을 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두 시간 만에 종료했다. 노조는 △운임 30% 인상 △휴일 근무 운송료 지급 △해고자 복직 △손해배상소송과 가압류 철회 등을 요구했다. 하지만 사측은 해고자 복직을 비롯한 요구사항들을 현실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하이트진로는 농성 중인 화물연대 조합원들을 업무방해·특수주거침입 및 퇴거 불응 등의 혐의로 경찰에 고소한 상태다.
지난 18일 화물연대 조합원 1000여 명은 하이트진로 본사 앞 인도와 차도를 무단 점거한 채 시위를 벌였다. 파업은 3월 하이트진로 화물운송 위탁사인 수양물류 소속 화물차주들이 화물연대에 가입하면서 시작됐다. 6월 화물연대 본부 총파업은 철회됐지만 하이트진로지부 소속 화물차주 132명은 요구사항이 반영되지 않았다며 100일째 시위를 이어오고 있다.
권용훈/장강호 기자 fac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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