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의 전기자동차 배터리 자회사 SK온이 국내 사모펀드인 이스트브릿지파트너스 컨소시엄으로부터 최대 2조원을 투자받기로 했다. 당초 칼라일 등 글로벌 사모펀드로부터 투자 유치를 추진해왔지만 협상이 지지부진해지자 우선 국내 투자자로 방향을 틀었다.
1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SK온은 이날 이스트브릿지파트너스 컨소시엄과 투자 유치에 관한 협약서(MOU)를 체결했다. 20조원대 초반 기업 가치에 최대 2조원을 투입한다는 내용이다. 거래가 성사되면 컨소시엄은 약 10%의 지분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된다. 컨소시엄은 이스트브릿지-한국투자프라이빗에쿼티(PE)-스텔라인베스트먼트로 꾸려졌다.
SK온은 해외 배터리 공장 증설을 위해 4조원 규모의 투자 유치를 추진해왔다. 이 중 3조원가량을 해외 재무적투자자(FI)로부터 유치하기로 하고 칼라일, 블랙록, KKR, 싱가포르투자청(GIC) 등과 협상을 벌여왔다. 이들 글로벌 FI들과 투자 조건을 정한 뒤 동일한 조건으로 1조원 규모의 국내 투자도 받는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KKR과 GIC가 빠져나가고 칼라일, 블랙록과의 협상도 지지부진해지자 더 이상 투자 유치를 늦출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분석된다.
투자 조건도 완화됐다. SK온은 올초만 해도 최대 35조원의 기업 가치를 목표로 했다. 투자자 보호 조항이 없는 보통주를 고수하기도 했다. 하지만 몸값은 10조원 이상 내렸고, 보통주 대신 전환우선주를 수용할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 컨소시엄의 투자 규모는 당초 1조원에서 최대 2조원으로 늘었다.
올초까지 SK온에 투자하기 위해 러브콜을 보내던 해외투자자의 태도가 바뀐 건 시장 환경이 급변했기 때문이다. 지난 2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지면서 세계 공급망 불안정으로 원자재 가격이 폭등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금리 상승이 맞물리면서 글로벌 투자자의 기대수익률도 높아졌다.
IB업계 관계자는 “마지막까지 협상을 진행하던 미국계 사모펀드 칼라일도 한국계인 이규성 총괄사장이 최근 갑작스럽게 사임하면서 더 이상 거래를 이어갈 동력이 사라진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SK온은 글로벌 투자자들과의 협상을 계속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올 상반기를 목표로 했던 투자유치가 지연되면서 SK온은 대출을 통해 투자 및 운영 자금을 조달해왔다. 지난 5월 국내 대형 증권사를 대상으로 약 1조원을 단기 차입했다. 지난달엔 독일 무역보험기관인 오일러 헤르메스, 한국무역보험공사 및 한국수출입은행을 통해 총 20억달러(약 2조6240억원) 규모의 투자 재원을 마련했다.
글로벌 투자유치가 최종 무산되면 SK온은 모회사 SK이노베이션 자금으로 투자금을 조달하는 방안도 논의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김채연/차준호 기자 why2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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