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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받은 미술품…상속세 대신 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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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로부터 재산을 상속받았는데 그 재산이 부동산이나 미술품처럼 현금성 재산이 아닌 경우, 상속인 입장에서는 상속세를 납부할 재원을 마련하기가 매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상속받은 부동산이나 미술품을 매각하여 재원을 마련하려고 해도 매각이 잘 안되거나 시간이 많이 걸리는 경우도 많고, 급하게 매각을 하다보면 원하는 가격에 매각하는 것이 어려울 수도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제도가 상속받은 재산으로 상속세를 납부하도록 하는 물납제도이다.

그런데 미술품에 대한 물납은 그동안 허용되지 않았다. 그러다가 이건희 회장이 남긴 막대한 미술품들로 인해 미술품에 대한 물납의 필요성이 대중에게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그로 인해 2021년 12월에 세법이 개정되었고, 2023년 1월 1일 이후 상속개시분부터 문화재 및 미술품에 대한 물납이 가능하게 되었다(제73조의2).

미술품에 대한 물납은 상속인에게만 유리한 것이 아니라 국가에도 이익이 된다. 귀중한 미술품이 상속세 재원 마련을 위해 외국으로 팔려나가는 것은 국가적으로도 큰 손실이다. 파리에 있는 피카소 미술관은 피카소의 상속인들이 상속세 대신 물납한 작품들로 탄생했다. 물납으로 받은 미술품이 많은 관광객을 유치할 수도 있는 것이다.

얼마 전에 별세하신 이건희 회장이 남긴 엄청난 미술품을 생각해보라. 당시 세법상 미술품에 대한 물납이 허용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유족들이 국가에 기증을 했기에 망정이지, 만약 상속세 재원을 마련한다는 명목으로 그 미술품들을 매각했다면 우리는 지금 그토록 아름다운 컬렉션을 한국에서 감상할 수 없었을 것이다.

미술품으로 물납을 하기 위해서는 해당 미술품이 역사적, 학술적, 예술적 가치가 있어야 하는데, 문화체육관광부 소속 전문기관이나 국세청의 감정평가심의위원회의 전문가들이 그 작품의 가치를 판단한다. 다만 작품 요건을 충족했더라도 상속재산 중 금융재산이 많아서 금융재산으로 상속세 납부가 가능한 경우에는 물납을 허용하지 않는다(제73조). 물납은 어디까지나 보충적인 제도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미술품에 대한 물납제도는 상속인 입장에서 반드시 필요하고 사회경제적으로도 유익한 제도로서 그 도입은 적극 환영하지만, 미술품 상속에 의해 발생한 상속세에 대해서만 미술품 물납을 허용하는 물납조건은 영국이나 프랑스 등 이미 오래전부터 미술품 물납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선진국들에 비해 너무 까다롭다는 문제가 있다. 우리와 달리 영국은 별도의 조건 없이 미술품으로 물납을 할 수 있으며, 프랑스에서는 상속세 뿐 아니라 증여세와 재산세도 미술품으로 물납할 수 있다.

물납대상인 미술품의 가치를 공정하게 평가할 기관이 필요하기 때문에 문체부에서는 앞으로 미술품을 평가하고 심의할 (가칭)’문화재,미술품 물납심의위원회’를 신설할 예정이다. 조만간 미술품 물납제도에 관한 시행령이나 시행규칙이 제정되면 미술품 물납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이나 절차 등이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법무법인 트리니티 대표변호사, 법학박사 김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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