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최대 아연 제련소가 오는 9월 가동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한 가운데 아연 가격이 장중 폭등한 뒤 소폭 하락했다.
17일(현지시간)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9월 인도분 아연 선물가격은 t당 3516달러로 전 거래일보다 4.25% 감소했다. 전날 급등했던 가격이 소폭 하락한 것이다. 전날 아연 선물가격은 전 거래일 대비 7% 이상 치솟은 t당 3877달러에 거래됐다. 유럽 아연 제련소인 니르스타가 제련소 가동을 중단한다는 소식이 전해져서다.
전날 니르스타는 유럽 최대 제련소 중 하나로 오는 9월부터 부델 제련소를 유지보수 차원에서 가동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니르스타 관계자는 “별도 공지가 있을 때까지 공장 가동을 중단한다”고 말하며 가동 재개 시점을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때문에 아연 수급난이 심화할 거란 우려가 거세졌다.
전문가들은 에너지 위기 때문에 가동을 중단했다고 해석했다. 고공행진 하는 가스 가격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물류비와 인건비도 치솟자 적자 폭이 늘었다. 아연 생산업체인 글렌코어에 따르면 유럽의 에너지 위기가 제련소와 제철소 운영에 타격을 입혔고, 니르스타도 작년부터 수익이 줄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니르스타는 지난해 10월부터 유럽 내 3개 제련소의 생산량을 절반까지 줄였다. 연간 31만 5000t을 생산할 수 있는 부델 제련소도 감산 체제를 유지했다. 하지만 에너지 비용을 감당하지 못하고 가동을 중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니르스타의 나머지 제련소도 감산 체제를 유지할 거란 전망이 잇따른다. 원자재 중개업체 리베럼캐피탈의 톰 프라이스 애널리스트는 “금속 제품을 자체 생산하던 유럽연합(EU)이 이제 수입량을 늘려야 할 처지에 놓였다”고 설명했다.
시티그룹도 경기침체로 인해 아연 가격이 t당 2800달러에 거래될 거라고 전망했지만 16일 t당 3200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시티그룹은 투자자 서한에 “겨울 전력난이 도래하면 유럽 내 아연 제련소 생산량이 지금보다 더 큰 폭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에선 아연 가격이 급등했다. 이날 상하이 선물 거래소에서 아연 선물가격(9월물)은 전장보다 2.6% 상승한 t당 $3,753.25로 마감했다.
중국 당국의 전력 통제에 관한 우려가 반영된 결과다. 전력 수급 압박의 영향으로 중국 쓰촨성 당국이 지역 내 산업시설 가동을 6일간 전면 중단한다고 선언했다. 쓰촨성에 있는 폭스콘, 도요타를 비롯해 금속 제련소에 타격을 입혔다는 설명이다.
이날 중국 관영 신화통신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쓰촨성은 최근 ‘인민에게 전기를 공급하라’는 공지를 통해 15일부터 6일간 성 내 모든 산업시설의 가동을 중단하고 직원들은 폭염 휴가를 실시하도록 했다. 이번 계획정전에는 화이트리스트 핵심 보호 기업도 그 대상에 포함됐으며, 외부 조명 광고나 야경용 조명의 사용도 제한된다.
중국은행의 원자재 애널리스트인 샤오 푸는 “유럽의 전력난 때문에 아연 등 비철강 제품 재고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