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로스앤젤레스의 연간 강수량은 379㎜로 서울의 4분의 1 정도에 불과하다. 19세기 말부터 인구가 급증하면서 물 확보가 큰 문제로 대두되자 LA시는 캘리포니아 동부 오언스밸리의 물을 끌어오기로 했다. 오언스밸리까지 거리는 391㎞. 산을 뚫고 사막을 건너는 6년의 공사 끝에 첫 번째 LA 수로가 완공됐다. 그 뒤로도 인구가 늘어나자 이번에는 콜로라도 강물을 끌어오는 약 400㎞의 대수로를 1941년에 완성했다. 이후 제2 LA 대수로, 700㎞가 넘는 캘리포니아 수로 등을 잇달아 건설했다. LA가 미국 제2 도시로 성장한 역사는 수로 확장과 궤를 함께한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도시와 물은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다. 크고 작은 도시들이 강을 끼고 발달한 이유다. 한정된 수자원을 둘러싼 국내 도시들의 분쟁도 잦아지고 있다. 국내만 해도 강원 영월군과 충북 제천시(평창강 장곡취수장), 부산시와 경남 합천군(황강 하류 광역취수장), 경기 동두천시와 연천군(한탄강 취수장)이 물 때문에 다투고 있다. 남강댐을 둘러싼 경상남도와 부산시의 물 분쟁, 국보인 울주 반구대암각화 보존을 둘러싼 대구와 울산의 물 다툼도 있었다.
수돗물 수질 악화로 식수원을 옮기려는 대구시가 또 물 분쟁에 휩싸였다. 대구시는 당초 시민들에게 맑은 물을 공급하기 위해 식수 공급원을 낙동강 상류의 해평취수지로 옮기는 방안을 추진했으나 수원(水源) 부족과 수질 악화를 우려한 구미 지역의 반대로 갈등을 빚어왔다. 그러다 지난 4월 해평취수장을 구미시와 공동 이용하기로 하고 관련 기관들과 협정을 체결했으나 17일 이를 공식 파기한다고 발표했다. 새로 취임한 김장호 구미시장이 취수원 공동 이용에 부정적인 입장을 취하자 홍준표 대구시장이 “그렇다면 안동댐·임하댐 물을 끌어오겠다”며 초강수를 둔 것. 권기창 안동시장도 낙동강 상류 댐의 대구 식수원 활용 방안에 동의했다고 한다.
안동의 물을 끌어오기 위해 영천댐·운문댐까지 약 147㎞의 도수관로를 연결하려면 1조4000억원이 들 것으로 추산된다. 사업비는 한국수자원공사와 정부가 댄다지만 대구 시민들의 수도요금도 다소 늘어난다는 게 대구시의 설명이다. 낙동강 수계를 함께 이용하는 인접 지자체 간의 물싸움이 볼썽사납다. 송무백열(松茂柏悅·소나무가 무성함을 잣나무가 기뻐함)의 근린 우호관계를 회복하기 바란다.
서화동 논설위원 fire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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