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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노총 "경찰 진입 땐 시너 불 붙일 것" 협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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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 기업 본사를 잇달아 점거하면서 정부와 국회가 신속히 대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단일 사업장에 국한된 노사 문제라고 치부하기엔 불법의 강도가 지나치다는 지적이 나온다. 노동 전문가들조차 선진국에서 노조가 기업의 ‘헤드쿼터’를 점거하는 일은 거의 없다고 입을 모은다.
강 대 강으로 치닫는 갈등
하이트진로와 민주노총 화물연대의 갈등은 다섯 달째 이어지면서 점점 격화하는 모양새다. 지난 3월 하이트진로 경기 이천공장과 충북 청주공장의 화물 운송 위탁사인 수양물류 소속 화물차주 132명은 화물연대에 가입한 뒤 운송료 인상 등을 요구하며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사측인 수양물류와 노조가 협상 테이블에 앉는 과정에서 이들 조합원 132명이 계약해지 통보를 받았다. 하이트진로는 법원에 이천·청주공장 집회와 관련한 업무방해금지 가처분신청을 하고, 조합원 일부를 상대로 업무방해 등 공동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도 청구했다.

이에 화물연대는 지난달 22일과 23일 이천·청주공장에서 700명가량이 참가한 집회를 열었다. 이달 2일부터는 홍천의 하이트진로 강원공장에서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3일에는 진출입로를 점거해 맥주 출고가 전면 중단되기도 했다. 한때 하루 출하량이 ‘제로’로 떨어지기도 했다.

민주노총이 자신들의 뜻을 관철시키기 위해 기업 본사를 불법 점거하는 행태는 올 들어 세 번째다. 2월에는 CJ대한통운에 택배요금 인상분 분배 등을 요구하던 민주노총 전국택배노동조합이 서울 서소문동 CJ대한통운 본사를 약 3주간 점거했다.

택배노조는 당시 본사로 진입하는 과정에서 망치로 유리를 깨는 등 회사 기물을 파손하고, 임직원을 위협하거나 폭행하기도 했다. 이로 인해 30여 명의 임직원이 크고 작은 부상을 입었다. 노조는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하루 10만 명을 훌쩍 넘어서는 상황임에도 본사 로비에서 마스크를 벗고 담배를 피우고, 취식을 해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당시 CJ대한통운은 성명서를 통해 “CJ대한통운 본사가 법치국가에서 벌어지는 일이라고 말하기 힘든 수준의 폭력과 불법이 자행되는 현장으로 전락했다”며 “엄정한 법 집행을 정부에 요청한다”고 호소했다. CJ대한통운은 택배노조의 불법 점거로 인해 업무방해와 시설물 파손 등 100억원에 달하는 손해를 봤다며 노조와 노조원 88명을 대상으로 20억원 규모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6월엔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쿠팡물류센터지회가 혹서기 근로 대책 마련을 촉구하며 서울 신천동 쿠팡 본사에서 점거 농성을 벌였다. 쿠팡 본사 건물관리 위탁업체인 씨비알이코리아와 쿠팡의 물류 자회사인 쿠팡풀필먼트서비스유한회사는 점거 농성을 벌이고 있는 노조원 10여 명을 업무방해, 공동건조물 침입, 공동퇴거불응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해결책 못 찾는 정부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와 국회는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일명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노동조합 활동으로 인해 발생한 손해에 대해선 원칙적으로 사용자가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에게 그 배상청구와 손해배상청구권의 강제 집행을 목적으로 가압류를 신청하지 못하게 하자는 것이 핵심이다.

정부는 법과 원칙에 따른 대응 기조를 밝히고 있지만 대처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경찰은 화물연대에 대해서는 꾸준히 대응해왔다는 입장이다. 6월 8일 이천공장을 시작으로 화물연대 조합원 75명을 연행하고 이 중 3명을 구속했다. 한 기업 관계자는 “노조의 불법 파업 및 본사 점거에 대해선 손해배상 청구가 사측이 대응할 사실상 유일한 방어 수단”이라며 “정부가 강한 의지를 보여주지 않는 상황에서 특정 기업이 손해배상액을 확 높이면 민주노총의 집중 타깃이 될 수 있어 다들 두려워하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선 하이트진로 본사 점거를 민주노총의 계산된 전략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노동계 관계자는 “화물연대와 민주노총 집행부는 같은 민주노총 소속이지만 내부 정파가 다르다”며 “이번 투쟁이 민주노총 전체가 강경 투쟁 일변도로 전환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단언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약 15년간 동결된 운임과 고유가가 부른 하이트진로 개별 사업장의 강 대 강 대립으로 봐야 한다는 분석이다.

한경제/박종관/곽용희 기자 hanky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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