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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 철저하게 준비해야 하는 네 가지 이유[조웅규 변호사의 품격있는 상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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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법인 바른의 상속 및 자산관리 전문가인 조웅규 변호사가 풍부한 사례를 바탕으로 상속분쟁 동향, 분쟁 방지를 위해 고려해야 할 점, 분쟁 발생 시 대응법 등을 제시할 예정입니다. 상속 준비 단계에서의 효과적인 자산관리 방안도 모색해 봅니다.
[편집자 주]

우리는 쉼 없이 일해 왔다. OECD에 따르면 한국은 급여를 받는 일을 완전히 그만두고 경제활동에서 물러나는 실질 은퇴 연령이 72.3세에 이른다. 이는 OECD 평균인 65세보다 한참 높은 것으로 OECD 회원국 중 1위에 해당하는 수치다.

연간 근로시간도 OECD 회원국 평균인 1687시간을 보다 현저히 많은 1908시간을 기록했다. 회원국 중 세 번째로 긴 시간을 일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일할 때가 바로 내가 쉬는 때”라고 말한 파블로 피카소처럼 일을 통해 자아를 실현하고 행복을 얻기도 한다. 하지만 열심히 일하는 중요한 이유 중의 하나는 사랑하는 이들이 부족함 없이 살 수 있기를 희망해서일지도 모른다.


많은 희생과 노력을 통해 재산을 남기더라도 가족들이 상속재산을 성공적으로 승계하고 안정적인 삶을 유지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세상을 떠난 이후를 충분히 대비하지 않는다면, 가족들은 상속재산을 제대로 활용해보지도 못하고 잃거나 상속재산으로 인해 분쟁에 휘말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첫째, 원하지 않는 사람에게 상속재산이 넘어가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 A의 사례를 보자. 미혼인 A에게는 세상에 둘도 없는 여동생, 어린 시절 바람나서 집을 나간 부친이 있다. 부친은 모친과 이혼 후 재혼했고, 재혼 후 네 명의 자녀를 얻었으나 현재는 지병으로 중환자실에 있다. A는 얼마 전 폐암 말기로 시한부 선고를 받았다.

만약 A가 특별한 조치 없이 사망하면, 최우선 상속권자인 부친이 A의 재산을 상속하게 되고, 부친의 새로운 가족들이 이를 소비하게 될 것이다. A가 자신이 힘들게 모은 재산을 동생이 아닌 부친이 상속하는 상황을 원하지 않았을 것임은 명백하다.

둘째, 상속재산을 어떻게 나눌지를 두고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남겨진 가족들은 상속재산 분할 방안을 정해야 하는데 당사자들이 합의하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아무리 화목한 가정이라도 누군가는, 혹은 가족 구성원의 지인 중 누구라도 욕심을 내기 마련이다.

합의가 되지 않아 소송을 하게 되면, 남겨진 상속재산뿐만 아니라 생전에 증여받은 재산까지 꼼꼼히 따지게 된다. 상대방의 특별수익을 찾아내기 위해 혈안이 될 수밖에 없다.

셋째, 설사 미리 준비했더라도 유언의 효력에 관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유언은 엄격한 요건을 갖춰야 하기 때문에 법을 모르는 일반인이 작성한 유언장은 그 효력이 부인되는 경우가 많다.

대법원은 유언에 관해 ‘유언장에 유언을 한 사람의 진정한 의사가 기재된 것으로 확인되더라도, 법에서 요구하고 있는 요건을 일부라도 결여하면 그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는 형식적 엄격주의를 따르고 있다.


유언의 요건을 위배한 경우 그것이 사소한 것이라도 유언의 효력은 인정되기 어렵다. 같은 이유에서 유언이 있을 경우 그 효력을 다투는 소송이 끊이지 않는다.

넷째, 유언에서 배제된 상속인에 의한 유류분반환청구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피상속인과의 유대관계나 가족 구성원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했는지와 무관하게 유류분은 일정한 비율로 보장된다.

따라서 유류분반환청구의 경우, 유류분 계산의 기초가 되는 생전증여를 찾아내는 것이 핵심적인 문제다. 수십 년 전에 있었던 결혼자금 증여나 학비까지 문제 삼으며 서로의 재산 상태를 헤집는 처절한 송사로 이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렇다면, 남겨진 가족들의 삶이 윤택해지고 그들의 삶이 우리가 희망하는 모습으로 나아가기를 기대하는 것은 지나친 욕심일까. 그렇지 않다. 상속을 대비한 최소한의 준비만으로도 앞서 언급한 문제들과 분쟁을 상당부분 방지할 수 있다.

조금 더 욕심을 내어 상속을 준비하면, 분쟁을 예방하는 것을 넘어 우리가 없는 곳에서도 가족들이 철저하게 보호받고 안정적인 삶을 유지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할 수 있다.

예컨대 사업을 하는 첫째에게 사업체가 위태로울 때 지원받을 수 있게 상속재산 분배를 유예할 수 있다. 공무원인 둘째가 결혼을 하거나 집을 살 때 목돈을 지급하도록 할 수 있다. 미성년자인 셋째에게는 매달 생활비를 지급하다가 30세, 40세가 될 때 나머지 상속재산을 나눠 지급하도록 정할 수 있다.

더 나아가 희망하는 가치를 자산의 승계에 연결시키는 것도 가능하다. 자녀가 열심히 공부하고 직업에 충실할 것을 기대한다면, 이것을 자산승계와 연결하여 성적을 기준으로 상금을 주거나 자녀가 취업해서 벌게 된 월급의 일정 비율을 인센티브로 지급하는 방식으로 동기를 부여할 수 있다.

평소 나눔과 봉사를 중요한 가치로 생각해왔고 자녀들이 그 가치를 이어받기를 원하면 그렇게 정할 수도 있다. 예컨대 자녀들이 기부를 하면 기부한 금액 중 일부를 상속재산에서 추가로 기부하거나 자녀들이 기부한 금액의 총액을 기준으로 최종적인 상속분의 비율을 정하여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법이다. 이처럼 상속재산을 지급받는 데에 적절한 조건을 설정하면 자녀들이 부모가 희망하는 가치를 이어가게 할 수 있다.

상속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자신과 주변의 삶을 찬찬히 들여다보게 된다. 그 과정에서 우리가 잊고 살았던 가족들의 변화, 생각 그리고 재정상태도 알게 된다. 우리가 보지 못했던 달의 뒷면을 보게 되면서 가족들을 온전하게 이해할 기회를 얻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가족들의 삶을 돌아보고 그들에게 필요한 것을 떠올리고 고민하는 것은 품격 있는 상속을 위한 첫걸음을 내딛는 것이다. 동시에 우리는 딱딱하게 굳어있는 상속 제도를 우리와 남겨질 가족들에게 가장 효과적이고 적절하게 최적화할 방법을 찾을 수 있다.

품격 있는 상속을 준비해 둔다면, 늦은 밤까지 최선을 다해 일하고 있는 이 순간이 더욱 큰 가치를 갖게 될 것이다.


조웅규 법무법인 바른 파트너변호사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및 대학원 졸업(민법/신탁법)
제41기 사법연수원 수료
한국신탁학회 상임이사
중견기업연합회 기업승계 담당 변호사
상속신탁연구회 회장
Estate Planning Center 상속설계 본부장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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